LG전자 주가가 이달 들어 74.5% 올랐다. LG이노텍도 40% 상승했다. 만년 저평가주로 분류됐던 LG그룹 주요 상장사가 AI 인프라, 로보틱스, 반도체 기판 기대를 타고 한 달 새 급등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전자 주가는 지난달 30일 13만5800원에서 이달 22일 23만7천원으로 올랐다. 이 기간 상승률은 74.5%다. LG전자는 5월 코스피 종목 수익률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LG이노텍도 같은 기간 상승세를 탔다.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기판 수요 증가가 주가에 반영됐다. LG이노텍은 최근 FC-BGA 수혜주로 묶이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주요 계열사 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LG그룹 상장사 시가총액도 불어났다. LG그룹 12개 상장 계열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달 24일 약 216조2500억원에서 이달 22일 약 222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한 달도 안 돼 6조6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출발점은 LG전자의 1분기 실적이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7272억원, 영업이익 1조6737억원을 냈다. 매출은 역대 1분기 최대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2.9% 늘며 시장 추정치를 웃돌았다.
주가를 더 밀어 올린 것은 로보틱스와 AI 인프라 기대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로보틱스,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북미 데이터센터용 냉각 장비 수주 확대 가능성도 투자자들이 반응한 대목이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 이후 로봇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도 LG전자 주가에 붙었다. 생산 차질 가능성과 자동화 수요가 함께 거론되면서 로보틱스 사업을 가진 대형주로 자금이 들어왔다.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전사적인 원가 구조 개선, 마케팅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이익 체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로보틱스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 쿨링 사업의 신규 수주가 증가하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관련 협업을 논의하는 등 AI 관련 사업에 따른 모멘텀도 있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기판 부족 수혜가 붙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은 LG이노텍 목표주가를 120만원으로 상향했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IT 세트 중심의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전장·반도체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사업 리스크가 점차 분산되고 있다"며 "외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사업 확장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LG그룹주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그룹 상장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이달 15.8% 하락했다. 로봇 배터리 수요 기대는 붙었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LG그룹주는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돼 왔다. 주주환원에 인색하고 주가 방어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따라붙었다. 이번 상승은 LG전자와 LG이노텍이 AI 관련 종목으로 다시 묶이면서 나타난 단기 재평가 성격이 강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LG그룹 종목은 시장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는데 로보틱스 기대가 붙으면서 대형주임에도 테마주처럼 움직였다"며 "지금 주가는 기대를 먼저 반영한 만큼 실제 수주와 이익 개선이 이어지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