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5일(목)

고객 31만 이탈·과징금 최대 2천억... KT, 임원 성과급은 '예외'인가

고객은 떠났고, 과징금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KT 경영진의 책임이 어디까지 반영되느냐는 점입니다.


KT는 정보통신망법상 침해사고 신고 의무 위반으로 총 2625만원의 과태료를 전액 납부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더 주목하는 것은 과태료가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별도로 진행 중인 과징금입니다.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조사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으며, 사전통지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르면 이달 중 제재 금액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과징금 규모를 1천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대 2천억원'이라는 숫자도 거론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위반행위와 직접 관련 없는 매출을 제외한 기준 매출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사가 2025년 8월 동일 사안으로 1347억 9100만원을 부과받은 전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문제는 금액 자체가 아닙니다. 사고 이후 KT의 대응 방식입니다.


KT는 지난해 말 위약금 면제 기간을 운영했지만, 환급은 고객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신청 기한은 올해 6월 30일까지 한 차례 연장됐고 최근에는 다시 '잠정 연장'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보상이 즉시 체감되는 방식이 아니라 사후 신청 절차에 의존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고객 불만은 사고 자체보다 사후 처리 과정에서 더 오래 누적되고 있습니다.


가입자 이탈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위약금 면제 시행 이후 단 2주 동안 약 31만 명이 KT를 떠났습니다. 2025년 9월 이후 이탈 고객까지 소급 환급 대상에 포함될 경우 전체 규모는 약 66만 명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논점이 달라집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의 문제입니다.


KT 이사회는 2025년 11월 4일 '소액결제 및 정보유출 관련 고객 케어 추진안'을 원안 가결했습니다. 이어 12월 30일에는 '고객 보답 패키지'를 수정 가결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9월 16일에는 '2025년 1차 정보보안 점검 결과'도 보고받았습니다. 이번 사안이 실무선에서만 처리된 문제가 아니라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직접 보고받고 의결한 경영 의제였다는 뜻입니다.


KT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된 박윤영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 사진제공=KT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고객이 떠나고 과징금 리스크가 커지는 동안, 경영진의 성과평가와 보상 체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입니다. 


KT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의 보수 기준은 이사회가 정해 주주총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보수 구조는 기준급과 직책급 외에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으로 구성되며, 장기성과급은 TSR(총주주수익률)과 그룹 EBITDA, 매출 달성률 등 재무 성과에 연동된 주식 보상 방식입니다.


KT 이사회는 2025년 7월 15일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 보수 기준과 지급 방법', '2025년도 장기성과급 보상 한도', '이사 보수체계' 안건을 모두 원안 가결했습니다. 보상 구조를 몰랐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는 인센티브의 방향입니다.


실적과 주가에 강하게 연결된 보상 구조에서는 보안 실패와 신뢰 훼손의 비용이 '사후 처리 비용'으로만 장부에 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객 신뢰 하락과 브랜드 손상이라는 장기 비용이 경영진 개인 KPI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면, 사고의 대가는 기업이 부담하고 성과 보상은 그대로 유지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이 지점에서 논쟁은 해킹 사고를 넘어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로 확장됩니다. 이는 홍보 설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이사회와 평가·보상위원회가 직접 답해야 할 영역입니다.


방향을 바꾸려면 사과보다 규칙이 달라져야 합니다. 대형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임원 성과급 일부를 자동 이연하고, 재발 방지 이행 수준과 피해 회복 결과에 따라 삭감 또는 환수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기준을 공개하는 방식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는 말이 경영진의 보상과 책임에 실제로 반영됩니다.


과징금이 1천억원대에서 확정되는 순간 그 비용은 단순한 회계 항목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객 신뢰 훼손이 해지율과 유지비용, 규제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시장과 소비자는 이미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KT에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선언이 아니라, 성과급을 포함한 책임 체계로 '경각심'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그 답이 없다면 이번 과징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