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21일(토)

계층 이동 사다리도 수도권 편중... 비수도권 '흙수저' 자녀 80%, 가난 대물림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계층을 결정하는 '부의 대물림'이 견고해지면서, 특히 비수도권 청년층을 중심으로 계층 이동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지역간 인구이동과 세대간 경제력 대물림'에 따르면,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 백분위 기울기(RRS)'는 0.25로 추정됐습니다. 


소득 RRS가 0.25라는 것은 부모의 소득 순위가 10단계 상승하면 자녀의 소득 순위도 평균 2.5단계 오른다는 의미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소득 백분위는 동일 연령층 내에서 소득 순위를 100을 기준으로 환산한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고소득층에 속합니다. 한국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부모와 자녀 소득의 연관성을 측정해 RRS를 산출했습니다.


자산 부문에서는 세대 간 대물림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자산 RRS는 0.38로 측정돼 부모의 자산 순위가 10단계 올라갈 때 자녀의 자산 순위는 평균 3.8단계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소득보다 자산에서 계층 간 대물림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다만 자녀가 부모의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교육 여건과 취업 환경 변화로 인해 소득 수준이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주한 자녀의 평균 소득 백분위는 부모보다 6.5%포인트(p) 높았지만, 같은 지역에 머문 자녀는 오히려 2.6%p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층 이동 사다리'도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도권에서 태어나 수도권 내에서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이동한 경우, 소득 RRS는 0.06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같은 지역에 계속 거주한 집단의 0.38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반면 비수도권 출생 자녀의 경우 이주집단(0.17)과 비이주집단(0.30) 간 격차(이주효과)가 수도권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


비수도권에서는 경제적 계층 고착화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비수도권 출생 1971~1985년생 중 부모 소득이 하위 50%에 속했던 경우, 자녀 세대에서도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이 50%대 후반이었습니다. 


하지만 1986~1990년생에서는 이 비율이 80%를 초과했습니다. 같은 기간 하위 50%에서 상위 25%로 상승한 비율은 13%에서 4%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한은은 거주지역과 연계된 경제력 대물림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을 '작은 개천에서 큰 강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비수도권 저소득층 학생들의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비수도권 거점대학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공공투자, 거점도시 중심의 산업 기반과 일자리 창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