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카카오톡 대화 무단 캡처 사건이 법정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형사3단독 박동욱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9)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를 결정했습니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선고가 유예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가 없던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3월 춘천시 소재 어린이집 교무실에서 시작됐습니다. A씨는 동료 B씨가 공용 PC에 카카오톡을 로그인해 둔 채 자리를 비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때 A씨는 B씨와 또 다른 동료 C씨 간의 대화 내역을 캡처했고, 이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자료로 원장에게 제출했습니다.
A씨는 이후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A씨 측은 자신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정당한 접근 권한이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모르게 비밀을 취득하고 누설하는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증거 수집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수단이나 방법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선고유예를 결정한 것은 피고인의 특별한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직장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우연히 피해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발견해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확보하고자 범행에 이르는 등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캡처한 내용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의 증거자료로 제출했을 뿐, 제3자에게 누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선처의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