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05일(수)

'인도계 진보 아이콘'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 美 최대 도시 첫 무슬림 수장 탄생

34세 인도계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 뉴욕주 의원이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장으로 당선됐습니다. 이로써 맘다니는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첫 무슬림 시장이자 역대 최연소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날 투표 종료 후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개표 초반인 미 동부시간 오후 9시 37분 AP통신이 맘다니 후보의 승리를 보도했습니다.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2025년 11월 4일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 브루클린 파라마운트에서 열린 선거 밤 시청 파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무명에 가까웠던 정치 신인 맘다니 후보는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맘다니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공약을 내걸어 진보세력의 부상을 대변하는 아이콘이 됐습니다.


뉴욕시가 임대료 관리 권한을 가진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의 임대료 동결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무상보육 확대 등이 그가 내건 핵심 공약이었습니다.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은 부유층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 같은 그의 공약은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버몬트·민주)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이 이끄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냈습니다.


반면 공화당이나 재계에서는 이를 '좌파 포퓰리즘'으로 칭하며 강하게 비판했고, 민주당 주류 세력인 중도파에서조차 그의 정책이 급진적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뉴욕시 민주당 시장 후보 조란 맘다니가 2025년 11월 4일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 브루클린 파라마운트에서 열린 선거 밤 시청 파티에서 연설을 마친 후 아내 라마 두와지(왼쪽)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 GettyimagesKorea


인도계 부모를 둔 맘다니는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친 마무드 맘다니 컬럼비아대 교수는 정치학과 아프리카학을 연구한 저명 학자이며, 모친은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두 차례 오른 영화감독 미야 나이어입니다.


맘다니는 뉴욕시에서 명문 공립고교인 브롱크스 과학고를 졸업한 후 메인주의 보든 칼리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2018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맘다니는 2020년 뉴욕주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해 뉴욕시 퀸스 아스토리아 등 지역을 대표하는 뉴욕주 의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는 이후 두 차례 재선에 성공하며 현재까지 주의회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4일, 뉴욕시 퀸즈 자치구 보헤미안 홀 & 비어 가든에서 열린 선거일 밤 시청 파티에서 지지자들이 조란 맘다니가 시장 당선 후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맘다니가 지난해 10월 뉴욕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민주당 예비선거에 출마하는 군소 후보 중 한 명으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무명 정치인' 맘다니의 지지율이 두각을 나타낸 배경에는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시민과의 소통 방식이 꼽힙니다.


그는 뉴욕시 전역의 길거리에서 수많은 시민을 만나 뉴욕시장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인터뷰했고, 그 과정을 기록해 틱톡,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했습니다. 맘다니의 독특한 소통 방식은 Z세대의 호감을 샀고, 이는 선거캠프의 수많은 지역 자원봉사자 참여로 이어졌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던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는 무소속으로 본선 출마를 강행해 커티스 슬리워 공화당 후보와 함께 3자 대결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 중도파 주요 인사들이 높은 생활비 문제 대처에 공감을 표하고 맘다니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우군이 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맘다니 대 쿠오모'의 1대 1 양자 대결 구도로 가야만 맘다니를 낙선시킬 수 있다며 '반(反)맘다니' 단일화를 공공연하게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맘다니가 당선된다면 뉴욕시는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며 그가 당선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CNN은 맘다니의 승리가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정치에서 진보 세력의 부상과 함께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