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제기했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조폭 뇌물 의혹'이, 애초부터 조작된 근거에 기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수사기관은 이미 편지가 가필됐다는 정황을 포착하고도 이를 묵살한 채, 최종 감정 결과를 대선 하루 전날에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감정을 담당했던 주임 문서감정관은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결과를 늦췄다"며 공익신고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22일 MBC 뉴스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국민의힘은 성남국제마피아파 출신 박철민 씨의 제보를 근거로, "이재명이 조직폭력배로부터 10억 원을 받았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그 근거로 제시된 것은 박씨의 동료 장모 씨가 썼다는 편지 두 통이었습니다. 편지에는 "이 지사 측에 현금으로 준 건 7차례, 10억 정도"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검증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태 의원은 "조직폭력배가 직접 돈을 건넸다고 자필로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은 곧바로 대검찰청 법과학분석과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습니다. 문제의 편지를 실제 장 씨가 쓴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습니다. 감정 처리는 통상 20일 이내에 마무리되지만, 이번에는 세 배 이상 지연됐습니다. 70일이 지나서야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대검은 1차 감정서를 통해 이미 "이재명 후보 관련 문장은 다른 필기구로 덧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통보했지만, 최종 감정 결과는 대선 하루 전인 2022년 3월 8일에야 수원지검으로 내려갔습니다.
당시 감정을 담당했던 주임 문서감정관은 최근 권익위원회에 비실명 공익신고를 냈습니다.
그는 "이재명 후보 관련 문구의 필체가 나머지 본문과 다르며, 다른 사람이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선임 감정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의견을 배제했다"며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대선 전에 반영되지 않게 하기 위한 부패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감정보고서에는 "ㅇ, ㅊ, ㅈ, ㅅ, ㅁ 등 자모의 운필 방식, 느낌표의 시작과 끝 모양 등에서 10여 가지 차이점이 발견됐다"는 구체적 분석도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검은 최종 결론에서 "감정관 모두의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이례적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감정의견은 '인정됨', '가능성이 높음', '판단불명'의 세 단계로 나뉘지만, 이번에는 세 단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합의 실패'라는 결론을 합의 의견으로 처리했습니다. 명확한 판단을 회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후 재판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편지가 조작된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재명 후보 관련 문구는 다른 필적으로 작성됐고, 박철민 씨에 의해 변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해당 편지와 돈다발 사진을 공개했던 박 씨의 변호인 장영하 변호사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장 변호사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2024년 22대 총선 당시, 경기 성남 수정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이미 가필 정황을 알고도 이를 공식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휩싸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허위 편지와 조작된 사진이 선거 국면에서 퍼지며, 대선 여론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익신고자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단순한 감정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저버리고 선거에 개입했다는 중대한 비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대검은 "부득이한 경우 감정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왜 70일이나 지연됐는지, 또 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거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