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방통위 폐지 법안 상정에 반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안이 26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이진숙 방통위 위원장이 강도 높은 반발을 보였습니다.
26일 이 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 사형장(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내가 숙청되는 모습을 지켜보려 한다"며 "역사의 기록이니,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진숙 하나를 숙청시키기 위해 법을 만든다"며 "의미 없는 일에 국회의원이 동원돼 법을 만드니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법안 통과 이후의 방송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내가 쫓겨나고 나면 일사천리로 국민방송(KBS) 이사회가 바뀌고 경영진이 바뀔 것"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가치에 맞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들어와서 대통령 국정철학에 맞는 방송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문화방송(MBC)에 대해서는 "민주노총 브로드캐스팅 컴퍼니가 될 것"이라며 "몹시 걱정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위원장은 법안 통과 시 자동 면직되는 상황에 대비해 "고소를 위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 지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이날 저녁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신청해 표결 처리가 미뤄졌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이 법은 이 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위헌적 법안"이라며 기존 방통위 직원은 승계되지만 정무직인 이 위원장만 제외되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반면 과방위 민주당 간사 김현 의원은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은 지난달 통과된 방송3법의 완성을 위한 시급하고 중요한 법안"이라며 "2008년 출범한 방통위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위와 미래과학부로 분리되면서 생겨난 비정상적 거버넌스를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방송통신위원회를 재편하고 위원장·부위원장·상임위원을 포함한 7명으로 구성합니다.
위원장과 1명은 대통령이 지명하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탄핵 소추가 가능하도록 규정합니다.
법안이 시행되면 기존 방통위는 폐지되고 이진숙 위원장은 내년 8월 임기 종료 전에 자동 면직됩니다.
민주당은 이 법안이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특정인을 겨냥한 위헌적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27일 예정된 표결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방송통신 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