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학생이 스스로 '선생님, 저 짱개에요'"... 학교까지 번지는 혐중 시위의 그림자

서울 도심 혐중 시위, 교육 현장의 목소리


서울 도심에서 극우 성향 단체의 '혐중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이 혐오와 폭력을 멈춰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5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소재 한 중학교에서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혐중 시위 발생 지역 인근 안전 점검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이주배경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의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A중학교를 방문해 대림역 집회와 관련한 교사·학생 안전을 살피고, 학생들과 학교 앞에서 ‘차별 반대, 존중·포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5.9.25 / 뉴스1(서울시교육청 제공)


교육 현장의 충격적인 현실


특히 A중학교 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충격적인 경험을 나눠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이번 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학생 4명이 교장실로 찾아와 '선생님 저 사실 짱개에요'라고 하더라. 학생들이 뭔가 잘못한 듯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했고, 나 역시 충격이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조센징'이라고 조롱당하며 고통을 겪었던 역사가 있다"며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혐오를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혐오는 폭력적인 언어이고 더 위험해지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B중학교 교장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열심히 하고 애국가를 목놓아 부르고 독도는 우리 땅을 목이 터져라 부르는 학생들"이라며 "많은 지원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 시위대가 지나가는 동선에는 12개의 교육 관련 시설이 위치해 있는데요. 연일 혐오 발언이 쏟아지는 현장에서 학생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혐오에 의아함과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봐온 중국인 친구들은 혐오할 만한 그런 친구들이 아니었다"며 "어른들이 왜 중국인을 혐오하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같은 학년의 남학생도 "다른 동네에 비해 우리 동네가 다문화 학생이 많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며 "다들 그냥 똑같이 놀고 똑같이 지내는데 시위까지 할 필요가 있나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25일 오후 서울 구로구 A중학교를 방문해 대림역 집회와 관련한 교사·학생 안전을 살피고, 학생들과 학교 앞에서 ‘차별 반대, 존중·포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25.9.25 / 뉴스1(서울시교육청 제공)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구로경찰서를 방문해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에 앞서 그는 학교 정화구역 내에서는 혐오 집회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교육감은 "학교 인근에서 벌어지는 혐오 시위에 대해 교육감으로서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고 세계로 열린 시야를 가진 학생으로 키워낼 것인가 고민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편, 이날 대림역 인근에서는 극우 단체의 혐중집회가 계속되자 이를 규탄하는 맞불집회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맞불집회의 주최 측은 "혐오의 사슬이 작동할 수 없도록 뿌리를 뽑자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모인 결과"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