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주최 만찬 불참... 전략적 선택인가?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정상 만찬에 불참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양국 간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이루어진 이번 결정은 단순한 일정 조율을 넘어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난 24일(현지 시간) 대통령실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23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세계 정상들을 초청해 환영 만찬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한 145개국 정상과 배우자들이 참석했습니다.
같은 시각, 이재명 대통령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 대신 미국 싱크탱크 지도부와 언론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한 별도의 만찬을 주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강경화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 수전 엘리엇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회장,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다니엘 커츠-펠란 포린어페어스 편집장 등이 참석했으며, 한반도 문제와 국제 정세, 한미 간 관세·안보 협상 현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의 불참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는 최근 이미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곧 만나게 될 것"이라며 "10초 남짓한 만남을 갖는 것보다 현지 인사들과의 일정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 행사에 오후 7시 20분부터 8시 50분까지 약 1시간 30분가량 머물렀는데, 145명의 참석자를 고려하면 각국 정상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의 불참이 단순한 일정 조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한미 간에는 대미 투자펀드 조성 등 통상 협상이 진행 중인데, 이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섣불리 만났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오히려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이러한 이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수영 의원은 SNS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설득하고 관세 협상을 매듭지어야 하는 우리 현실을 외면했다"며 "트럼프가 아니더라도 140여 명의 전 세계 주요 정상과 외교 인사들이 모였다면 무조건 참석해서 대한민국 외교 지평을 한 단계 넓혀야 했지만, 이마저도 스스로 포기했다. 이 정도면 셀프 왕따 인증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같은 시간 강경화 주미 대사 내정자와 함께 코리아소사이어티 포린어페어스 등 미국 외교안보 관련 단체 임원들과 만찬을 갖고 관세협상을 수용 못 하는 이유를 설파했다고 한다"며 "뭣이 중헌지 정말 모르는 '경알못', '외알못'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