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가혹한 얼차려'로 훈련병 사망케 한 지휘관, 징역 5년 6개월·3년 확정

군기 훈련 중 훈련병 사망 사건, 중대장에게 징역 5년 6개월 확정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중대장에게 징역 5년 6개월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25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28·대위)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부중대장 남모(26·중위)씨에게도 징역 3년의 형이 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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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지난해 5월 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실시하고, 실신한 박모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단순한 업무상 과실이 아닌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판단해 학대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강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5년 6개월로 형량이 증가했습니다. 남씨는 1, 2심 모두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 "병사들의 생명과 신체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 가치"


형량이 증가한 주요 이유는 1심과 2심의 법리 판단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1심은 피고인들의 행위를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상상적 경합'으로 보았지만, 2심은 별개의 범죄를 여럿 범한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체적 경합의 경우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어 형량이 늘어났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별로 구체적인 가혹행위와 학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1개의 행위가 아니라 여러 개의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들이 주장한 '군형법상 가혹행위와 형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대 고의가 없었다',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다', '군기 훈련과 훈련병의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징병제 하에서 병사들은 일정 기간 여러 기본권을 제한받으면서 조국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청춘을 바친다"며 "병사들의 생명과 육체를 보호하는 건 국가가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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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명하복의 군 조직을 유지하고, 특수 임무를 위해 기본권이 어느 정도 제한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병사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더 엄격하게 관계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이나 생명·신체의 본질을 침해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재판부는 "군 지휘관인 피고인들이 후진적 형태의 병영문화를 답습함으로써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사고를 초래했다"며 "피고인들은 국가가 병사들의 생명과 신체를 지켜줄 거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기제를 정면으로 배반했을 뿐만 아니라 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까지 저해했다"고 엄중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2심의 판단에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보고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