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 주재... AI 시대 국제협력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하며 인공지능(AI) 시대의 국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공개토의에서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발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AI가 인류를 위협하고 멸종시킨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이 거대한 변화에 걸맞은 인류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명과 암이 공존하는 AI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국제사회가 단합해 '책임 있는 이용'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처음으로 9월에 안보리 의장국을 맡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한국 정상 최초로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안보리 의장국은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이 국명 알파벳 순서로 1개월씩 번갈아 맡고 있으며, 한국은 2024~2025년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 중입니다.
AI, 사나운 맹수가 될 수 있고 사랑스러운 케데헌 속 더피가 될 수도 있어
이 대통령은 AI의 양면성을 강조하며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라던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앞의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AI 기술의 잠재력에 대해 이 대통령은 "AI를 잘 활용한다면 저성장, 고물가 같은 난제를 해결해 새로운 번영의 길을 열어내고 의료, 식량, 교육 등 여러 문제에 해답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동해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유일하고도 현명한 대처는 '국익을 위해 경쟁하되 모두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AI 기술력이 곧 국력이자 경제력이자 안보 역량인 시대에 과거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술 발전을 역행시키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은 19세기 초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입니다.
이 대통령은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의 포용적 AI'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보 분야에서의 AI와 한국의 역할
안보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수많은 사람의 삶과 생명이 달린 국제 평화 안보 분야에서 AI가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 동시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보·정찰부터 군수·기획까지 군사 분야 전반에서 정확성과 정밀성을 높이고 작전의 효율성과 지휘 체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AI를 잘만 활용하면 WMD(대량살상무기) 확산을 감시하는 등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무시무시한 도구가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허위 정보가 넘쳐나고 테러,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는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공지능발 군비 경쟁'으로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질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AI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주도하는 길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의장국으로서 AI의 혁신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AI가 불러올 문명사적 대전환 앞에서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지켜온 보편 가치를 지켜내야 할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찾아온 유엔의 빛나는 역사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인류가 재도약할 발판으로 만들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날 공개토의 전 약식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안보리 의장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무척 뜻깊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또한 "80년 전 출범한 유엔의 주요 관심사는 '새롭게 등장한 핵무기의 위협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였다"며 "이제 AI(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위협과 도전에 걸맞은 새로운 거버넌스를 모색할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