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사 40%, 학교 내 성폭력 경험... 가해자 82%는 학생
제주지역 교사들이 학교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심각하게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가 공개한 '학교 내 젠더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교사 10명 중 4명이 최근 3년 내 학교에서 성폭력(젠더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이번 달 3일부터 10일까지 도내 교사 127명(여성 105명, 남성 20명, 미기재 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51명(40.2%)이 최근 3년간 젠더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요. 특히 충격적인 것은 가해자의 82.4%가 학생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교급별로는 고등학교(66.7%), 중학교(50.0%), 초등학교(17.1%) 순으로 피해 경험률이 높았습니다. 가해자로는 학생 외에도 동료 교사(19.6%), 교직원(7.8%), 관리자(7.8%), 학생 보호자(2%) 등이 있었습니다.
침묵하는 피해자들... "문제 제기해도 해결 안 될 것 같아"
피해 빈도는 '한 학기에 1~2회'와 '3년간 1~2회'가 각각 29.4%로 가장 많았고, '1년에 1~2회'(23.5%), '한 달에 1~2회'(9.8%) 순이었습니다.
심각한 것은 '거의 매일 피해를 경험한다'는 응답도 2%나 있었다는 점입니다.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평가'가 56.9%로 가장 많았고, '음담패설 및 성적 농담'(45%), '특정 성별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발언'(37.3%)이 뒤를 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사례로는 '불법 촬영'(2.4%), '딥페이크 및 초상권 침해'(3.9%), '스토킹·사적 만남 강요'(3.1%), '성적 사실관계 질문·소문 유포'(1.6%) 등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피해로 교사들은 수업 진행 곤란(52%), 심리적 고립감(50%), 불안·두려움(48%), 구성원과의 관계 악화(46%)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젠더폭력 피해가 개인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수업과 학교 공동체의 신뢰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도적 개선과 성인지 교육 강화 시급
더욱 우려되는 점은 피해 교사의 62.7%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 이유로는 '문제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71.9%)가 압도적이었습니다.
관리자나 담당 교사에게 알린 경우(21.6%)와 외부 기관에 신고한 경우(7.8%)를 합쳐도 3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교사 피해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 발생 자체만이 아니라, 그 이후조차 안전하지 못한 구조적 조건"이라며 "2차 피해 실태는 교사들이 문제 제기를 주저하는 이유와 학교 공동체 내 신뢰 붕괴의 구조적 배경을 잘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전교조 제주지부는 도내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와 종합적 예방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또한 "젠더폭력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치명적 범죄로, 학교가 성평등 교육과 피해 예방 체계를 강화하지 않은 한 피해가 반복될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보건교사 등 일부 인력에만 의존하는 현 구조와 교감 주도의 성고충심의위원회의 한계를 개선하고, 상급 성고충심의위원회와 직접 연계되는 독립적 신고·상담·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학생의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는 체계적인 성인지 교육 시행도 시급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