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복싱대회 안전 불감증 논란
지난 3일 제주에서 개최된 대통령배 복싱대회에서 한 중학생 선수가 경기 도중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KBS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대회에 의료 전문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았으며, 응급 상황에 대한 안전 계획도 전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고는 지난 3일 제주 서귀포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55회 대통령배 전국시도복싱대회 경기에서 발생했습니다.
경기 도중 상대방의 펀치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은 중학생 선수 A군은 즉시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되어 뇌수술을 받았지만 사고 발생 3주가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A군의 부모는 "동공이 풀려 있고 의식이 없으며 호흡이 안 되는 상태다. 그게 뇌간 손상으로 뇌 절반이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료 인력 부재와 안전 규정 위반
당시 상황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장에는 선수 부상에 대비한 '링 닥터'가 있어야 하지만 의사는 물론 간호사도 없었습니다.
코로나 등의 이유로 의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대한복싱협회는 간호사만 있어도 되는 것으로 규정을 완화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대한복싱협회 관계자는 KBS에 "간호사는 있는 줄 알았다"며 "의사는 구하기 어렵고, 군대가 있으면 군의관을 파견해 주는 경우는 있는 데 거의 어렵다"라고 전했습니다.
경기장에는 응급 구조사 2명이 있었지만, 이들은 다른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부상당한 학생을 이송하는 구급차에 동승하지도 않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연계 병원 지정 등 안전 계획이 전혀 수립되지 않아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했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부상 학생의 병원 이송이 지연됐습니다.
당시 구급차에 동승했던 이상우 씨는 "(기사가) 사이렌도 울릴 줄 모르고, 병원과 응급실 위치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복싱협회는 이처럼 선수 안전에 대한 대비는 부실했던 반면, 선수들에게 사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는 모두 받아놓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의원(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수 안전 체계에 대해 재정비할 필요가 있고, 강력한 제도적 보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고 발생 후 3주가 다 되어가지만, 대한체육회의 진상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답답함을 토로하며 경찰 고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