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신호 처리 석학의 중국행, 우려의 목소리 커져
통신 및 신호 처리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송익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예 교수가 중국 청두 전자과학기술대학교(UESTC) 기초 및 첨단과학연구소 교수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되어 학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송 교수가 부임한 UESTC는 2012년 미국 상무부가 전자전 무기 설계 소프트웨어 등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수출 규제 명단에 포함시킨 대학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송익호 교수는 1982년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1988년 불과 28세의 나이로 카이스트 조교수에 임용되며 최연소 임용 기록을 세웠고, 이후 37년간 카이스트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동안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을 역임하는 등 학계에서 그의 연구 업적은 널리 인정받아 왔습니다.
국내 석학들의 중국행 증가, 연구 환경 개선 필요성 제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보도에 따르면, 송 교수는 이직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지난 2월 정년 퇴임한 만큼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카이스트에는 정년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연간 3억 원 이상의 연구 과제를 수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 교수의 중국행은 최근 국내 석학들의 중국 이직이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 이영희 성균관대 석좌교수, 홍순형 카이스트 명예교수,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 등 여러 석학들이 정년 퇴임 후 중국의 대학이나 연구 기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심각성은 과기한림원이 지난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정회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61.5%가 최근 5년 내에 해외 연구 기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응답했으며, 그중 82.9%는 중국 기관에서 온 제안이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연구자의 72.7%가 제안을 받았고, 이들 중 51.5%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