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월)

여자친구 상습 '불법촬영'한 산부인과 의사... "의료현장 복귀 시켜선 안돼"

산부인과 의사, 2년간 교제한 연인 불법촬영으로 재판에 넘겨져


2년간 교제한 연인을 상습적으로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는 산부인과 의사가 법정에 섰습니다.


23일 한국일보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30)가 이달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연인 B씨와 교제하는 동안 휴대폰과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연인 B씨와의 성관계 장면을 총 6차례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A씨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로 근무하다가 지난해 전공의 파업에 참여하면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반복된 불법촬영과 발각 후 은폐 시도


재판부에 제출된 피해자 의견서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강하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도하다 여러 차례 적발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탁상시계로 위장한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가 B씨에게 발각됐습니다.


분노한 B씨가 경찰 신고를 언급하자, A씨는 무릎을 꿇고 사과하며 "파일을 모두 지웠다"며 "클라우드에도 저장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날 A씨는 B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휴대폰과 노트북의 영상을 삭제하고 탁상형 몰래카메라를 파손했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2주 후, A씨는 죄책감을 이유로 B씨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영상이 모두 삭제됐다고 믿은 B씨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A씨의 범행은 새 여자친구 C씨와의 관계에서 드러났습니다.


C씨가 A씨의 휴대폰에서 불법촬영 영상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지난해 9월 A씨는 긴급체포됐습니다.


B씨 측은 "즉석에서 적발한 촬영 시도만 4번이니, 기록이 남지 않은 불법촬영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의사 자격 문제


체포 이후 A씨는 B씨에게 "그냥 뛰어내릴까 했었다", "내가 사라지면 되지 않을지"라는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또한 "초중고·대학교를 성실하게 모범적으로 졸업했다"며 "아버지의 길을 따라 산부인과 의사로서 열심히 사회에 보답하려고 했다"는 등의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도 전송했습니다.


B씨가 합의 요구를 거절하자, A씨 측 변호인은 '처벌을 받아도 어차피 군대를 갈 것이라 큰 의미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요.


B씨의 변호인은 "집행유예 선고 후 2년간 군 복무를 하면 의사 면허 취소 등에 큰 타격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의사 면허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취소되지만, 집행유예의 경우 유예기간이 지나고 2년 후, 실형 선고 시에는 형을 마치고 5년 후에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B씨 측은 "피고인은 여성을 성적 욕망 해소 수단으로 인식하는 등 왜곡된 성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사람이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여성 환자들의 신체를 다루는 산부인과 의사라는 점에서, 실형 선고 등을 통해 의료 현장에 쉽게 복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사건 이후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B씨는 지난 12일 첫 공판에 직접 출석했습니다.


B씨는 법정에서 "제 영상이 남아있을까 봐, 보복형 유출을 당할까 봐 여전히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지난 1년간 겪은 수면장애와 악몽을 조금도 완화시킬 수 없었다.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