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바뀐 모기의 계절, 여름보다 가을에 더 기승
처서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모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름 모기'라는 통념이 있었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이제는 '가을 모기'가 그 자리를 대체할 전망입니다.
19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철(6~8월)에 채집된 모기 수(6691마리)보다 가을철(9~11월 둘째 주)에 잡힌 모기 수(9234마리)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연구원은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시내 50여 곳에 설치한 유문등을 통해 모기를 채집하고 주 1회씩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모기가 가장 많이 잡힌 시기는 10월 다섯째 주로, 무려 1265마리가 채집되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10월 첫째 주(1185마리), 10월 넷째 주(1124마리), 11월 둘째 주(1087마리)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부터 500마리를 넘지 않던 채집 모기 수는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800마리 안팎까지 증가했다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10월에 들어서면서 1000마리를 넘어서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가을 모기의 급증, 기후변화가 주범
월별 통계를 살펴보면 가을 모기의 증가 추세는 더욱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지난해 월평균 모기 채집량이 가장 많았던 달은 10월(1017.4마리)이었으며, 11월(924.5마리), 7월(627.8마리), 9월(571.3마리), 8월(429.2마리)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10월에 채집된 모기 수는 8월의 2배가 넘는 수치로, 여름보다 가을에 모기가 더 많아진 현상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2020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는 2017년(9월 첫째 주)을 제외하고 매년 7월에 모기 채집량이 정점을 찍었지만, 2020년 이후에는 2021년(6월 넷째 주)을 제외하고 모두 10월이나 11월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달 첫 주(8월31일~9월6일) 디지털 모기 측정기로 채집된 모기 수는 1만542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2265마리)보다 25.7%나 급증했습니다.
9월 둘째 주까지의 누적 수치(2만9463마리)도 전년 동기(2만5900마리)보다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기 활동 계절 변화와 감염병 위험 증가
전문가들은 모기의 활동 계절이 바뀐 주요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변온 동물인 모기는 26~27도의 기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폭염이 한풀 꺾이는 9월에 가을 모기가 출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피를 빨아먹는 성충 암컷 모기의 수명은 보통 3주 정도지만, 기온이 상승할수록 더 짧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기온이 30도 이상이면 2주, 33도 이상일 경우에는 일주일 남짓으로 줄어듭니다. 또한 극심한 폭염은 모기의 번식지인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를 말려버리고, 폭우는 산란 장소를 씻어내려 모기의 서식지를 감소시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감염병을 매개하는 모기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와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올해 첫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서 삼일열원충 감염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감염 경로는 주로 저녁 시간 야외 활동 중 땀이 난 상태에서 휴식할 때, 또는 모기의 산란과 생육이 용이한 호수공원이나 물웅덩이 인근에서 거주하거나 산책하면서 모기에 물리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밤 시간대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주로 바깥에서 활동하는 모기에게 물리면 집 모기보다 더 가렵고 부푸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서 원충이 확인됐고 매개 모기의 개체 수도 증가 추세가 확인됨에 따라 환자 발생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며 위험 지역 지자체의 방제 강화와 함께 주민과 방문자들에게 야간 활동 자제, 긴 옷 착용, 기피제 사용, 취침 시 모기장 적극 활용 등 예방 수칙 준수를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