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러시아 전선에서 자폭 전술 사용 정황 드러나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이 전투 중 자폭 전술을 사용하고 있는 정황이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1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의 실제 전투 영상 기록물을 공개했는데요.
방송에서는 북한 병사들이 포로로 잡히기 직전 투항 대신 자살하거나, 총알이 떨어지자 자폭하는 사례를 열거하며 이를 "영웅적 희생정신"이라고 찬양했습니다.
조선중앙TV에 따르면, 청년동맹원 소속 윤정혁(20)과 우위혁(19)은 전사한 전우들의 시신을 구출하던 중 적에게 포위되자 "서로 부둥켜안고 수류탄을 터뜨려 영용하게 자폭했다"고 합니다.
청년동맹원 리광은(22)에 대해서도 "부상당한 자기를 구원하러 오던 전우들이 적탄에 쓰러지자 자폭을 결심하고 수류탄을 터트렸으나 왼쪽 팔만 떨어져 나가자 오른손으로 다시 수류탄을 들어 머리에 대고 영용하게 자폭했다"고 전했습니다.
청년동맹원 림홍남(20)은 "통로개척 임무를 받고 지뢰해제전투를 벌리던 중 습격 개시 시간이 박두하자 지뢰원구역을 달리며 육탄으로 통로를 개척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당원 함정현(31)에 대해서는 "습격전투 과정에서 적 자폭 무인기를 한몸으로 막아 15명의 전투원들을 구원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의 유가족 위로 모습 연출
조선중앙TV는 수백 명의 전사자들 이름을 자막으로 띄운 뒤 "그렇게 바쳐진 청춘은 아까운 생의 내일은 끝이 아닌 빛나는 영생의 시작이었다"고 칭송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파병군에게 편지를 통해 사기 진작을 독려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한 편지에서 김정은은 "만리이역에서 조국의 명령에 충직하려 앞다투어 용감하다 희생된 장한 우리 군관 병사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빌겠소"라며 "시신을 정히 수습했다가 승리한 후 반드시 꼭 나에게 데려와야 하겠소"라고 썼습니다.
지난 1월 1일 신년 편지에서는 "동무들이 간고한 전투 포화 속을 헤치며 피를 바쳐 조국의 번영과 명예를 지켜주고 있기에 나라의 발전 환경은 굳게 지켜지고 있다"며 "제발 모두가 무사하라"고 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는 한밤중 러시아 항공편으로 북한군이 비밀리에 이동하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조선중앙TV는 "이역만리 전장으로 떠날 때 사랑하는 부모, 처자의 바래움도, 성대한 환송의식도 없었다. 참전 소식을 아는 사람조차도 많지 못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8월 28일 파병을 공식 결정했으며, 실제 파병은 그해 10월 말에 이루어졌습니다.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내부에 참전 소식을 전한 것은 파병한 지 반년이 지난 올해 4월 28일이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이 서명한 '쿠르스크 해방을 위한 공격작전 계획을 작성한 정형과 대책보고' 문건을 공개하는 등 파병 전후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달 29일 파병 장병들의 유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는 모습도 연출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김정은이 전날(29일) 평양 목란관에서 "해외군사작전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참전 열사들의 유가족들을 만나 따뜻이 위로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이역의 전장에서 싸우다 쓰러진 우리 군관, 병사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서 데려오지 못한 안타까움, 귀중한 그들의 생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유가족들 모두에게 다시 한번 속죄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