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14일(일)

수심 43m서 드러난 일본 해저탄광... 조선인 136명 잠든 문, 80년 만에 열린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희생자 유해 발굴 가능성 높아진 조세이해저탄광


일제강점기 시절 136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일본 조세이해저탄광 사고 현장으로 이어지는 바닷속 통로가 83년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발견은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요.


지난 10일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모임'(이하 새기는 모임)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전문 잠수부들이 조세이탄광 희생자 유해 수색 작업 중 사고 현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출입문을 지난 8일 확인했다"고 밝히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에서 83년 전 일어났던 수몰사고 현장으로 연결되는 바다 밑 통로 사진을 공개했다. / 새기는모임


새기는 모임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이 출입구는 잠수부들이 바다 표면에서 갱도로 연결되는 콘크리트 배기구(피야)를 따라 탄광으로 거꾸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수심 43m 지점에서 배기구를 따라 내려가자 갱도를 연결하는 문 역할을 하던 벽돌 구조물과 두꺼운 송판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 지점은 갱도 입구가 있는 해안가로부터 약 500m 떨어진 곳으로, 수몰사고 당시 기록과 비교했을 때 희생자들의 작업 공간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있어 유해 발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일 공동 유해 발굴 작업 추진


오는 25일에는 한국과 일본의 잠수부들이 함께 투입되어 추가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조세이탄광 수몰사건은 1942년 2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위치한 해저탄광에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가혹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던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적인 참사였습니다.


새기는 모임은 지난해 10월 해안가에 묻혀 있던 갱도 입구를 82년 만에 발견했으며, 시민들의 모금을 통해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지난 4월 이 활동과 관련해 "국가가 어떤 지원을 할지 검토해보고 싶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습니다.


조세이 탄광 위치


새기는 모임은 오는 12일 한국을 방문해 이재명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입니다.


우에다 게이시 새기는 모임 사무국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태평양 전쟁 당시 억울하게 숨진 이들의 유골을 수습할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본다"며 "전후 80년 8월15일을 앞두고 한·일 민간인 희생자가 있는 조세이 탄광 유골 발굴에 양국 정부 협력이 이뤄지면 미래지향적 우호 관계에도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는 또한 "한·일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문제에 전향적 모습을 보인 이시바 총리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간 협력 제안을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새기는 모임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약 5천만엔(4억7천만원)을 모금하여 1년여 동안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앞으로의 추가 작업을 위해서는 고성능 장비와 전문 인력에 필요한 비용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