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들, 일본에서 배우자 찾기 열풍
일본 현지에서 한국인 남성들의 '맞선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일본 TBS는 일본인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현지에서 적극적인 '혼활(婚活·결혼활동)'을 펼치는 한국인 남성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30대 한국인 하모 씨의 사례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는 일본인 여성과의 만남을 위해 일본어를 배우고, 현지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말차 카페에서 맞선을 준비했습니다.
항공기 연구개발 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자신의 직업적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맞선 상대에게 전투기 배지를 선물하며 "이런 걸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 씨가 일본에서의 맞선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100만 엔(약 9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 금액에는 결혼 상담소 입회비, 일본 왕복 항공료, 외모 관리 비용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의 결혼 문화와 경제적 부담이 주요 원인
한국인 남성들이 일본에서 배우자를 찾는 주된 이유는 한국의 결혼 문화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 씨는 "한국에서는 남자가 집을 마련하는 게 당연시되는데, 대출 없이 집을 사려면 40세가 되어야 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30대에 결혼해 한국에서 살고 싶었으나 경제적 여건 때문에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TBS는 "일본인 여성은 남성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일본에서 배우자를 찾기로 결심했다"고 전했습니다.
현지 결혼상담소 대표는 한국인 남성들로부터 접수된 8000건의 맞선 신청서를 공개하며 "한국인 남성들은 국내에서의 결혼을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일본 여성들은 '함께 노력하자'는 자세가 있다"며 한국인 남성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일본인 여성은 맞선을 통해 만난 한국인 남성에 대해 "한국 드라마에서 보듯 스스로 해내는 완벽한 이미지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에 대한 우려도
해당 기사에는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국 드라마가 보여주는 화려한 이미지와 실제 결혼 생활 사이의 괴리를 지적했습니다. "교제할 때는 공주처럼 대접받지만 결혼 후에는 마치 쇼와 시대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처럼 변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친구가 시댁의 '며느리'로만 이용되고 있다"는 사례도 공유됐습니다.
한국 생활에 대해서는 "한국인과 결혼해 일본에서 사는 건 괜찮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경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특히 시댁 문화와 관련해 "한국 남성은 아내가 시부모에게 자주 연락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한 일부 의견은 "현대 일본 여성도 경제력이 높은 남성을 선호한다"며 배우자 선택 기준에 있어 한국과 일본 여성 간 큰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인과의 결혼에 거부감이 적은 일본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사노 미사에 이바라키대학 강사는 "어릴 때부터 한국 문화나 영화, 콘텐츠를 접해온 세대는 한국이 더 반짝이고 멋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 간 혼인 건수는 1176건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연예계에서도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사례가 있습니다. 배우 심형탁은 2023년 18세 연하의 일본인 히라이 사야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고, 그룹 신화의 이민우도 최근 6세 딸을 둔 일본인 싱글맘과의 결혼 소식과 함께 2세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겨울연가' 등 한국 드라마를 보며 성장한 세대는 자녀나 손자가 한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결혼 전부터 한국 문화를 충분히 알고 있는 일본 여성도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오이카와 히로에 홍익대 교수는 "혼인을 계기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의 30∼40%는 한국에 대한 동경과 삶의 보람을 이유로 꼽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2019년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당시 일본인 여성의 95%가 불안감을 느꼈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여성들은 한일관계 악화 가능성을 항상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