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팔꿈치 수술 후 더 강해진 오타니, 자신의 기록 경신
야구계의 '만능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또 한번 상식의 벽을 허물었다. 두 차례 토미존 수술을 받고 마운드에 복귀한 그가 수술 전보다 더 빠른 구속을 선보이며 메이저리그 팬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29일(한국시간) 오타니는 카우프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 1회 1사 1, 2루 위기 상황에 비니 파스콴티노를 상대로 101.7마일(163.7km)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 공은 병살타로 이어져 위기를 탈출했고, 오타니는 미소를 지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2018년과 2023년 두 차례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은 투수가 이처럼 빠른 구속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토미존 수술 후 투수들은 구속이 떨어지거나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오타니는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적인 투구와 감독의 신뢰
이날 오타니는 앞선 두 경기에서 각각 1이닝씩만 던진 것과 달리 처음으로 2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27개의 공 중 20개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었고, 상대한 7명의 타자 모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2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각각 하나씩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경기 후 오타니는 "실전이 아니었다면 낼 수 없었을 구속"이라며 "이런 구속을 기록할 수 있어서 기쁘고, 몸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오타니가 투구 메커니즘에서 아직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수의 승부 본능을 억누를 수는 없다"며 "압박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100마일대가 나오면서 타자를 압도하려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타니가 자신의 몸 상태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오늘도 절제된 투구였고, 100마일을 넘나드는 구속을 보는 것은 여전히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파스콴티노와의 특별한 인연
흥미로운 점은 이날 오타니의 최고 구속을 맞은 파스콴티노가 이전에도 오타니의 최고 구속 기록과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로 출전한 오타니는 이탈리아 대표였던 파스콴티노를 102마일(164.1km) 속구로 삼진 처리했는데, 이는 오타니의 전체 커리어 최고 구속 기록이다.
파스콴티노는 "오타니가 또 나에게 그런 짓을 했다"며 "내가 본 그의 최고구속 두 번 모두 나를 상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164km가 넘는 공에 당했는데, 그때는 그게 얼마나 빠른 건지도 몰랐다. 오타니는 나만 보면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유쾌하게 반응했다.
한편, 투수로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오타니였지만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오타니는 "결과는 아쉽지만 마운드에서 내려와 바로 타석에 서는 게 풀타임 지명타자로 계속 대기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고 밝혔다.
또한 오타니는 7월에 예정된 올스타전 홈런더비 불참을 선언했다. "현재 규칙으로는 잘 경쟁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힌 그는 투타 겸업 상황에서 홈런더비 참가로 인한 체력적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홈런더비에서 오타니는 152m가 넘는 초대형 홈런을 6개나 기록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