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 중인데... 드라마 촬영팀, 유족에 '조용히 좀' 요청 논란
드라마 촬영팀이 납골당에서 조문 중이던 유족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납골당에서 조용히 해달라는 촬영팀'이라는 제목의 폭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A씨는 "오늘 할머니 발인하고 납골당에 모시러 갔는데 드라마인지 뭔지 촬영하고 있더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신기해서 보고 있었는데 스태프 중 한 명이 나한테 오더니 '정말 죄송한데 촬영 중이라 조금만 조용히 해줄 수 없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족들이 통곡하거나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었다는 점이다. A씨는 "원래 조용한 편이라 걱정 말라고 했는데, 다른 가족들에게도 전해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제가요?'라고 하고 대화를 끝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납골당에서 통곡하는 사람 있으면 울지 말라고 하겠더라"며 제작진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정중하면 뭐든 되나"... A씨 "납골당 문제는 아냐"
해당 사연이 화제가 되자 A씨는 후속 글을 통해 "촬영분이 언제 방영될지도 모르고, 할머니가 모셔진 곳이라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촬영팀 문제일 뿐, 납골당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정중하게 부탁했다고 하지만, 정중함이 모든 요구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사연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많은 누리꾼들이 "납골당을 빌리기라도 했나", "정중하게 말하면 뭐든 해도 된다는 거냐", "이러다 장례식장 앞에서도 '울지 마세요' 할 판"이라며 촬영팀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재 못질에 통행 제한까지"...끊이지 않는 촬영 민폐
K드라마가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부 촬영팀의 '민폐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전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팀이 전북 고창 청보리밭 축제 현장에서 유채꽃밭을 보러 온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는 주장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월에는 KBS 드라마 촬영팀이 안동 병산서원에 못질을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문화재에 못을 박는 모습을 본 민서홍 건축가가 문제를 제기하자 스태프는 "시청에 문의해보라"며 되레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안동시청에 문의한 결과 담당 공무원은 "당장 철거 지시하겠다"고 답했다.
'무인도의 디바'는 서울 종로구 촬영 도중 소음과 강한 조명으로 주민 민원을 받았고, '마스크걸'은 쓰레기 무단 투기, 현장 흡연으로 곤욕을 치렀다.
2023년 9월에는 한 드라마 촬영팀이 조산 위험이 있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응급실로 향하는 남성을 가로막고 "뛰지 말고 조용히 하라"고 해 논란이 됐다.
방송사와 제작진 측의 입장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만큼 촬영 문화도 성숙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