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에겐녀'(에스트로겐 여자)라 여성스러운 옷이 잘 어울려. 그런데 성격은 '테토녀'(테스토스테론 여자)여서 호탕한 면도 있어.".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표현이 요즘 Z세대(1997년∼2006년생)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때 MBTI 성격유형검사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최근에는 여성·남성 호르몬에 빗대어 자신의 성향을 표현하는 '에겐·테토' 테스트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에겐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테토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줄임말이다.
테스트 유형에 따라 문항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체격이 좋고 스포츠를 즐기는 남성은 '테토남', 긴 머리에 얌전한 행동을 보이는 여성은 '에겐녀'로 분류된다.
반면 예술적 취향이 있거나 섬세한 성격의 남성은 '에겐남', 목소리가 크고 외향적인 여성은 '테토녀'로 구분된다.
이러한 분류 방식은 복잡한 성격 특성을 간단히 설명할 수 있어 10∼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에겐·테토 테스트가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자신에게 맞는 연애 상대를 찾는 데 참고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SNS에서는 감성적이고 섬세한 '에겐남'은 추진력 있고 주도적인 '테토녀'와 궁합이 좋다거나, 리더십이 강한 '테토남'과 감성적이고 배려심 많은 '에겐녀'의 조합이 안정적이라는 등의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 방식이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며,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순화된 분류가 재미로 즐기는 수준을 넘어 자신이나 타인을 제한적으로 바라보는 틀이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성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는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 건강한 자아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Z세대는 이러한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젊은 세대가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의 변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