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나 수영장에 오래 있을 때 손가락에 생기는 주름이 매번 동일한 패턴으로 형성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과학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보도한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생체 재료의 기계적 행동 저널(Journal of the Mechanical behavior of Biomedical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물속에 오래 있으면 손가락과 발가락이 쪼글쪼글하고 우둘투둘하게 변하는 현상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과거에는 이 현상이 단순히 삼투압에 의해 물이 피부로 스며들어 발생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1930년대 연구에서 손가락 신경에 손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는 주름 형성이 단순한 물리적 반응이 아니라 신체의 능동적인 반응임을 시사한다.
연구에 따르면, 손가락 주름은 땀구멍을 통해 물이 유입되고 피부 표면 아래 혈관이 수축하면서 형성된다.
혈관이 좁아지면 피부의 전체 부피가 감소해 마치 포도가 말라 건포도가 되는 것처럼 피부가 주름지게 된다. 그러나 이런 주름이 매번 같은 모양으로 생기는지는 지금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빙햄튼 대학 생체의공학과 부교수이자 해당 연구 공동 저자인 가이 거먼은 한 학생의 질문이 이번 연구의 시작점이 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손가락 주름을 만들기 위해 수축하는 혈관이 손가락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주름이 매번 같은 방식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3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들의 손가락을 30분 동안 물에 담그고 사진을 촬영한 후, 24시간 후 동일한 조건에서 이 과정을 반복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들의 주름이 매번 같은 패턴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혈관은 위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약간 움직이긴 하지만 다른 혈관에 비하면 거의 고정되어 있다"며, "즉, 주름도 같은 방식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손가락이 물속에 오래 있을 때 주름이 생기도록 진화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연구에서는 손가락 주름이 젖은 환경에서 물체를 잡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제시됐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주름이 있어도 잡는 능력이나 촉각적 예민함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상반된 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는 단 3명의 실험 그룹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피부 주름이 항상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향후 법의학 조사 등에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