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임산부가 챗GPT에 '턱 통증' 호소했다가 받은 '긴급조치'


20대 임산부가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ChatGPT)'에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가 목숨을 구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나탈리아 타리엔(Natallia Tarrien, 28)은 최근 챗GPT의 의학적 조언이 자신은 물론 배 속 아기까지 구했다며 오픈AI에 감사함을 전했다.


타리엔은 어느 날부터 턱이 뻐근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 챗GPT를 자주 사용해온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왜 턱이 뻐근할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챗GPT는 "혈압을 확인해 보라"라는 조언했다.


Instagram 'natallia.tarrien'


타리엔은 뉴스위크에 "당시에는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라면서 "챗GPT한테 물어보지 않았다면 너무 사소한 증상이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볼 생각도 안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챗GPT의 조언에 따라 혈압을 측정했다. 수축기 혈압 142mmHg 이완기 혈압 109mmHg으로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수축기 혈압 104~159mmHg, 이완기 혈압 90~99mmHg은 고혈압 1기에 해당한다.


심지어 그녀의 혈압은 30분 후 더욱 상승했다. 이에 대해 또다시 조언을 구하자 챗GPT는 "당장 구급차를 불러라"라고 답했다.


Instagram 'natallia.tarrien'



이에 타리엔은 911에 연락했다. 구급 대원이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중에도 그녀의 혈압은 급격히 상승했다.


타리엔은 "구급차를 타는 데 20분 정도 걸렸고, 그 시간 동안 혈압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혈압은 계속 올라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수축기 혈압 200mmHg, 이완기 혈압 146mmHg까지 올라갔다"라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의료진은 아직 출산일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유도 분만을 해야 한다며 타리엔을 분만실로 옮겼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Unsplash


그녀는 고혈압을 동반하는 위험한 임신 합병증인 '자간전증' 진단을 받았다.


'자간전증'이란 임신 20주 이후 고혈압과 단백뇨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흔히 '임신중독증'이라고도 한다.


고혈압이 나타나면서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유도 분만으로 아들은 무사히 태어났지만, 타리엔의 건강 문제는 계속됐다.



타리엔은 "이틀 후,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지만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30% 정도만 볼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의사들은 뇌부종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응급 MRI 검사를 진행했다.


심각하다는 의료진의 말에 겁이 났다는 타리엔은 "MRI 검사를 받는 동안 마치 관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고, 검사를 마칠 수 있을 만큼 진정을 해야 해 약을 복용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행히 뇌부종은 발견되지 않았고, 타리엔의 시력은 서서히 회복됐다.


입원한지 5일째 되던 날, 그녀는 처음으로 태어난 아기의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이때 의사는 그녀에게 잊지 못할 말을 했다.


"그날 밤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그냥 잠에 들었다면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타리엔은 "그 말을 듣고 정말 소름이 돋았다.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것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내과 전문의 올라 오툴라나(Ola Otulana) 박사는 타리엔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지만, 챗GPT가 진단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툴라나 박사는 "챗GPT는 사용자의 전체 병력을 알 수 없고, 환자를 검사할 수도 없으며, 전문적인 치료를 대체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타리엔의 사례는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이고 증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오툴라나 박사는 덧붙였다.


그는 "그 조언이 AI에서 나온 것이든 본능에서 나온 것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후속 조치를 취했고 그것이 생명을 구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툴라나 박사는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해 의심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타리엔은 자신의 경험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고, 이 게시물은 2,42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현재 타리엔은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혈압도 안정됐고 시력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우리는 가족으로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있으며, 매일매일 감사하고 있다"라고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