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그간 휴젤·대웅제약·메디톡스가 이끌던 '3강 체제'에 종근당그룹과 GC녹십자그룹 등 주요 제약사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내수 경쟁을 넘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각축전이 예고된다.
1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보툴리눔 톡신 품목은 현재 총 32개, 제조사는 15곳에 이른다.
최근 몇 년간 톡신 시장은 휴젤의 '보툴렉스', 대웅제약의 '나보타',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등 3사가 주도해 왔지만, 종근당바이오와 GC녹십자랩셀 등 상위 제약사들이 후발주자로 진입하며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톡신은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톡신 시술은 주름 개선과 미용 목적의 고부가가치 의료서비스로 분류되며, 단위당 가격이 높다. 노화방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보툴리눔 톡신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달 1일, 종근당바이오는 식약처로부터 자체 개발한 '티엠버스주 100단위'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해당 제품은 미간 주름 개선에 적응증을 두고 있으며,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비(非)동물성 공정을 적용했다. 혈액 유래 감염 우려를 차단하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도 크게 낮췄다.
종근당바이오의 톡신 개발은 2019년 유럽 연구기관과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시작돼, 2023년 국내 임상 3상을 완료하며 결실을 맺었다.
임상 완료 전부터 수출용 제품(100·200단위)에 대한 허가를 선취했고, 현재 일본·홍콩·러시아 등지로의 수출도 진행 중이다. 특히 사용된 톡신 균주는 미국 NCBI의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인 '젠뱅크(GenBank)'에 정식 등록돼 있어, 특허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종근당은 과거 휴젤, 현재는 휴온스의 톡신을 국내 유통해온 경험을 갖고 있어 내수 유통망에도 강점이 있다. 다만 이번 제품은 중국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다.
2022년에는 중국의 바이오기업 큐티아 테라퓨틱스와 15년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중국 정부의 품목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허가가 완료되면 마카오, 대만 등으로도 제품 공급이 가능해진다.
중국 톡신 시장만 연 25% 성장..."후발주자도 기회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유럽·캐나다와 함께 세계 4대 톡신 시장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수 업체가 시장을 과점했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톡신 신제품을 연이어 승인하며 시장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올해 중국 톡신 시장은 약 126억 위안(약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평균 25.4% 성장해 2030년에는 약 390억 위안(약 7조400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 세계 톡신 시장(약 14조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중국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 현지 특성상 비공식 유통도 많아, 실질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으며, 많은 기업이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며 "향후 생존을 위해서는 대규모 수요가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이 사실상 필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