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의 해빙 기류 속에서 양국 간 문화 교류가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도쿄돔에서는 주말 동안 K팝 공연이 열려 3만여 명의 일본 팬들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과거 정치·외교적 갈등 속에 잠시 주춤했던 한일 민간 교류가 빠르게 복원되면서 문화와 일상 곳곳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 가수들 사이에서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도쿄돔. 이곳에서 지난 주말 한국 가수들의 무대가 펼쳐지자 현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이번 공연은 사전 추첨을 통해 선정된 3만여 명의 팬들이 자리를 메웠다.
관객들은 케이팝 특유의 고난도 퍼포먼스와 세련된 음악에 환호하며, 응원봉을 흔들어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오사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올라온 한 팬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달려왔다"며 "한국 가수들의 무대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7인조 버추얼 아이돌 그룹의 데뷔 무대도 마련됐다.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K컬처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일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문화 교류 열기는 공연장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 현지에서는 한국식 치킨·떡볶이 전문점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한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일본 문화 소비가 자연스러워졌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을 오간 양국 국민은 처음으로 1,2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한국인의 일본 호감도는 44%, 일본인의 한국 호감도는 37%로 각각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에서는 뉴진스가 일본 8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화제가 됐고, 거리에는 일본어 간판과 메뉴판을 내건 식당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자리잡았다. 한 식당 이용객은 "한국에 있으면서도 일본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간 문화 교류 확대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양국 국민 간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문화의 힘이 과거의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우정을 쌓아가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