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8일(수)

국내 의료진들, 아이들 숨소리만으로 '호흡기 질환' 단번에 잡아내는 기술 개발


91.1%의 높은 정확도를 지니며 아이들의 숨소리만으로 호흡기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지난 10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교수팀은 아이들의 천명음만으로 호흡기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 기반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천명음은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고음의 '쌕쌕'거리는 호흡음으로, 소아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에서 주로 나타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현재 임상에서는 의료진이 청진기로 직접 호흡음을 듣는 방식으로 천명음을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의료진의 숙련도와 경험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는 주관적인 방법이어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단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근에는 소리를 이미지처럼 변환해 분석하는 AI 기술인 '합성공 신경망(CNN)'을 이용한 연구가 진행됐으나, CNN은 소리를 특정 짧은 시간 단위로만 분리·분석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호흡 전체의 흐름이나 앞뒤 연결 관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경훈 교수팀은 트랜스포머 기반의 '호흡음 분석 변환 모델(AST)'을 개발했다.


트랜스포머는 구글이 자연어 처리를 위해 발표한 언어모델로, 음성인식, 이미지 처리,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패턴 등의 처리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교수 / 사진 제공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개발한 AST 모델은 소리를 주파수 형태의 이미지인 '멜 스펙트로그램'으로 변환한 후, 이를 작은 조각으로 나누고 조각 간 관계를 학습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는 전체 호흡 흐름을 기반으로 천명음 패턴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일부 정보만 분석하는 CNN과 차별화된다.


연구팀은 천명음 194개와 기타 호흡음(심장 소리 포함) 531개 등 총 725개 호흡음 중 80%를 AST 모델에 학습시켰고, 소아 폐 전문의 2명이 각각 독립적으로 평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검증을 진행했다.


AST와 CNN 모델을 활용해 나머지 20%의 호흡음에 대한 천명음 분류 성능을 비교한 결과, AST 모델은 정확도 91.1%, 정밀도 88.2%를 기록했다.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하는 'F1-Score' 역시 82.2%로 나타나 CNN보다 분류 성능이 우수함을 입증했다.


사진 제공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주목할 점은 AST 모델이 전처리 과정에서의 데이터 손실이 적고 모델 자체가 경량화되어 모바일기기에서도 구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임상 현장에서 스마트기기를 통해 쉽게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경훈 교수는 "소아는 성인보다 폐포의 표면적이 작아 호흡기 질환에 더 취약한 만큼 천명음을 정확히 구분하는 게 조기 진단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이번 결과를 통해 AI 기반 AST 모델의 소아 호흡음 분석 기술을 임상에 적용할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출판 그룹의 온라인 학술지 '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