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19일(토)

"유족 만만하게 봐"... 가해자 규탄하다 쓰러진 태권도장 학대 사망 아동 어머니


4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와 평생 강제로 이별하게 된 엄마. 그의 시계는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


엄마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자신의 아이를 빼앗아간 '악마'가 마땅한 죗값을 치르는 것.


그 믿음 하나로 버티고 또 버티며 재판을 이어왔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말았다. 법이 정한 '살인죄'의 법정 최고형을 잘 알고 있는 엄마는 재판부의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SBS



엄마는 결국 자신의 얼굴을 내걸고 언론 앞에 섰다. 울분을 쏟아내던 그는 하늘에서 보고 있을 아이가 떠오른 듯 인터뷰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다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 10일 의정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오창섭)는 5세 아동을 매트에 거꾸로 넣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태권도 관장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대 행위 후 피해 아동을 방치하면 사망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27분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뉴스1


또 "다른 사범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변명했고, 피해 아동이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태권도장으로 돌아와 CCTV 영상을 삭제하고 사범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사망 위험이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0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그보다 낮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 결과에 피해 아동 유족은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SBS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아동의 어머니 최민영 씨는 "우리나라는 아동 관련 법이 너무 약해서 이게 최대 형량인 것 같다"며 "너무 약하다 보니 무기징역이나 사형은 감히 바라서도 안 될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최 씨는 "(가해자는) 단 한 번도 반성한 적이 없다. 계속 장난이라고 했고, 마지막엔 훈육이었다고 했다"며 "관장도, 지인들도, 태권도장 관계자들도 단 한 사람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죽은 아이를 함부로 입에 올리고, 유족을 만만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SBS



이어 "가해자 측 와이프나 친구들이 저를 정신이 이상하다느니 거지라느니 하는 허위 사실을 많이 퍼뜨렸다"고도 전했다.


끝으로 최 씨는 "법이 이런데 또 어디선가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고, 죽음에 이르지 않겠나"라며 "법이 이런데 어떻게 하겠나"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