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5일(토)

김연경의 '완벽한 은퇴'... 통합우승+MVP 모두 따내며 '라스트 댄스' 장식했다


배구 여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프로 선수 생활 20년에 걸친 대장정을 우승이라는 완벽한 마침표로 장식했다. 


지난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에서 김연경은 블로킹 7개를 포함해 총 34점을 기록하는 원맨쇼를 펼치며 팀의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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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진출한 흥국생명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2018-19시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 만장일치로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빛냈다.


김연경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6082장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관중석은 흥국생명 유니폼과 응원 도구를 든 팬들로 가득 차 거대한 핑크빛 물결을 이뤘다.


'김연경, 함께해서 행복했어', '가지 마, 떠나지 마' 등 김연경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고, 일부 팬들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울먹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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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명승부였다. 2승 후 2패를 당한 흥국생명과 2패 후 2승으로 기사회생한 정관장은 '끝장 승부'인 5차전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1~3세트가 모두 듀스로 이어졌고, 4세트도 2점 차로 마무리됐다.


김연경과 정관장의 주포 메가왓티 파티위(등록명 메가·37점)의 득점 공방전도 팽팽하게 전개됐다. 2세트씩 나눠 가진 두 팀은 결국 마지막 5세트에서 승부를 갈랐다.


시소게임이 이어지던 5세트 막판, 14-13으로 앞선 흥국생명의 마지막 퀵오픈 공격이 정관장 코트 한가운데 떨어지면서 경기는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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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은 함성과 눈물로 뒤덮였고, 김연경은 동료들을 얼싸안으며 마음껏 환호했다.


경기 후 김연경은 "실감이 안 난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좋은 배구를 많은 분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선수들이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경은 한국 배구가 낳은 불세출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1m92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공격과 철통 수비를 앞세워 데뷔와 동시에 배구계를 평정했다.


입단 첫 시즌인 2005~06시즌에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휩쓸었고, 2009년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해외에 진출해 일본·튀르키예·중국 등 세계 무대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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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에서는 흥국생명에만 몸담으며 자신이 뛴 모든 시즌에 팀을 챔프전에 올려놓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정규리그 MVP 6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올 시즌에도 7번째 수상이 유력하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한 김연경은 유럽 리그 시절 세계 곳곳에서 거액의 귀화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단칼에 거절하고 꿋꿋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 4강 신화를 두 차례(2012년 런던·2021년 도쿄) 이끌면서 국가대표로 총 271경기에 출전해 4981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런던 올림픽에서는 본선 8경기에서 평균 25.8득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워 4위 팀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MVP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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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올 시즌까지만 뛰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김연경을 위해 V리그 전체가 예우를 표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원정 경기마다 각 구단이 은퇴식 행사를 준비해 V리그 최초의 '은퇴 투어'가 진행됐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으며,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김연경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선수와 팬에게 영감을 준 롤 모델이자 역사상 최고의 배구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헌사를 보냈다.


이제 김연경은 '우승 피날레'라는 꿈을 이루고 코트를 떠난다.


그는 "나는 이렇게 은퇴하지만, 앞으로 배구 팬들이 후배 선수들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며 "정말 행복하다. 기분 좋게 떠날 테니, 웃으면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