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아들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려 '유기묘 보호소' 지은 아빠... 화재에 고양이 구하려다 숨져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한 남성이 슬픔을 딛고 고양이 보호소를 세웠고, 그곳에서 끝내 마지막 길을 걸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3월 31일 오전 7시 15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고양이 보호소 '행복한 고양이 보호소(Happy Cat Sanctuary)'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보호소의 설립자 크리스 아르세노(65)는 불길이 치솟는 건물 안으로 고양이들을 구하러 뛰어들었다가 결국 숨졌다. 당시 함께 있었던 약 100마리의 고양이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Go fund me


크리스는 2006년, 24살이던 아들 에릭을 오토바이 사고로 잃은 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보호소를 설립했다. 자신의 집을 직접 개조해 '행복한 고양이 보호소'를 만들고, 300마리에 달하는 고양이들을 돌보며 살아왔다.


거리에서 구조된 고양이들은 크리스의 손길을 거쳐 다시 살아났고. 그는 그렇게 상처 입은 마음을 보듬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갔다. 고양이들에게 그는 '진짜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Go fund me



크리스의 죽음 이후에도 보호소를 다시 세우려는 사람들의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행복한 고양이 보호소' 측은 기부 플랫폼 '고 펀드 미(Go fund me)'를 통해 "크리스와 보호소를 잃고 혼란스럽고 황폐한 상태다. 기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달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따뜻한 마음이 모였고 4월 7일 기준 약 75만9,120달러(한화 약 11억1,340만 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Go fund me


기부자들은 "크리스를 잃어 너무 슬프다", "다 함께 보호소를 다시 지어보자", "그와 고양이들이 평화롭게 쉬기를 바란다"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당국은 현재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며, 방화보다는 휴대용 히터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한 고양이 30마리는 '스트롱 아일랜드 동물 구조대(Strong Island Animal Rescue League)'에서 구조했고, 흩어진 고양이들도 보호를 위한 포획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