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5일(일)

영덕 해안마을 덮친 산불... 외국인 선원이 90세 할머니 업고 대피했다


지난달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번진 영덕의 한 마을에서 수십 명의 주민들을 구한 외국인 선원의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뉴스1은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북 영덕군 축산면 해안마을까지 덮친 가운데, 8년 전 취업비자로 입국한 인도네시아 국적의 수기안토(31)씨가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11시께, 수기안토씨는 마을 어촌계장 유명신씨와 함께 산불이 났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을 등에 업는 등 대피를 도왔다.


마을 주민들의 대피를 도운 수기안토(31)씨 / 뉴스1


약 60명이 거주하고 있는 해당 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산불이 번져온 시각 대부분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기안토씨의 외침에 잠에서 깬 주민들은 하나둘 집에서 나와 대피를 시작했다.


문제는 해안 비탈길에 자리한 집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대피였다. 수기안토씨는 이들을 등에 업고 약 300m 떨어진 마을 앞 방파제까지 곧장 내달렸다.


수기안토씨는 "사장님(어촌계장)하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빨리빨리'라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할머니들을 업고 언덕길을 내려왔는데 불이 바로 앞 가게에 붙은 것을 보고 겁이 났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의 대피를 도운 수기안토(31)씨 / 뉴스1


90대 마을 주민 A씨는 "자(수기안토씨) 없었으면 우린 다 죽었을 거다. 테레비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밖에서 불이 났다는 고함에 일어나 문밖을 보니 수기안토가 와있었고 등에 업혀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 B씨는 "수기안토와 어촌계장이 없었으면 아마도 큰 일을 당했을 거다. 저렇게 훌륭하고 믿음직한 청년과 함께 일하고 계속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기안토씨는 고국인 인도네시아에 아내와 5살 아들을 두고 8년 전부터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이 너무 좋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가족 같다"며 "3년 후에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향에 있는 부인으로부터 자랑스럽다는 전화를 들었다. 산불로 다친 사람이 없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