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산불 피해 지역의 대피소 앞에서 호떡을 굽는 한 자영업자의 따뜻한 손길이 이재민들의 마음을 적셨다. 3시간을 달려 내려온 그는 말없이 불판을 지켰고, 이재민들은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다.
지난 31일 경북 안동체육관 앞, 이재민 대피소 한켠에서 고소한 기름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졌다.
그 냄새를 따라 발길을 옮긴 이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불판 위에서는 갓 구워낸 호떡이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다.
호떡을 굽고 있던 이는 경기도 평택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김모(60대)씨였다. 그는 이날 이른 아침, 호떡 반죽 2000장을 준비하고 설탕과 기름 등 재료를 트럭에 싣고 안동까지 달려왔다. 주말 장사를 쉬는 날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여정이었다.
김씨는 연합뉴스와 짧은 인터뷰에서 "뉴스를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라며 "오늘 아니면 못 올 것 같아서 문 닫고 그냥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는 짧은 말 속에서도 진심을 담았다. 이재민들은 종이컵에 담긴 호떡을 받아들며 "정말 감사합니다", "따뜻해서 눈물이 나요"라며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김씨는 과거에도 자연재해 현장을 찾아 자발적으로 봉사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소방서에도 들러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호떡을 나눌 예정"이라며 트럭 안에서 다음 준비를 서둘렀다.
안동의 봄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대피소 앞 그의 불판 위에서는 온기가 꺼지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