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02일(수)

"방화선 뚫리면 3시간 안에 불길 천왕봉"... 지리산 산불 진화 총력전


경남 산청 산불이 8일째 이어지면서 지리산국립공원 내 피해 지역이 80ha로 2배 증가했다. 이는 축구장 112개 크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지리산 천왕봉(1915m)으로 북진하던 불길은 북풍의 영향으로 정상으로 향하지 않고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여전히 국립공원구역 안에서 붉은 화염과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오전 7시 기준 산청 산불 진화율은 86%를 기록했다.


하동 옥종면으로 번졌던 불길은 전날 밤부터 새벽까지 산림청 공중진화대·특수진화대·소방관 등 지상 진화 요원들의 사투 끝에 사실상 진화됐다.


이 지역은 민가와 과수원 시설 등이 있어 불길이 번질 경우 인명·시설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됐던 곳이다.


현재는 잔불 감시 체제로 전환해 불씨가 다시 살아나지 않도록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8일째인 28일 오전 산청군 삼장면 덕산사 인근에서 산불진화 헬기가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3.28/뉴스1



지리산 지역은 여전히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날 밤과 새벽 사이 소량의 비(산청읍 기준 0.4mm)가 내렸지만, 불길을 완전히 잡아내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지난 26일 오후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어선 불길은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까지 직선거리 4.5km까지 북상했다.


산림당국은 "거리로는 4.5km지만, 경사가 큰 곳이라 방화선이 뚫리면 3시간 안에 불길이 천왕봉으로 닿는다"며 "하동 진화 작전을 마친 특수진화대 등을 다시 이곳에 투입시켜 불길을 막아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전날 오후 비가 내리면서 습도가 높아져 확산세가 주춤한 것도 도움이 됐다.


현재 지리산 쪽 불길은 삼장면 내원리와 대포리 쪽에 퍼져 있으며, 산청군은 이곳 마을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켰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8일째인 28일 오전 산청군 삼장면 덕산사 인근에 산불이 확산해 덕산사 한 스님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2025.3.28/뉴스1



불길이 향하는 방향에는 국립공원구역 안에 있는 덕산사(옛 내원사)가 위치해 있다.


산림당국은 덕산사에 있던 국보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을 한의학박물관으로 옮기고, 보물 삼층석탑에 방염포를 둘러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방염포는 열기가 1000도 이상 올라가도 10분 넘게 버티고, 500~700도까지는 안정적으로 열기를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인사 말사인 덕산사는 신라시대 때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고찰로, 문화재 보호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8일째인 28일 오전 산청군 삼장면 덕산사 인근에 산불이 확산해 보물 제1113호 덕산사 삼층석탑이 방염포로 둘러싸여 있다. 2025.3.28/뉴스1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1740ha, 약 10km의 불길이 남아있는 상태다.


산림당국은 "하동 쪽 불길을 잡아낸 만큼 오늘 투입할 예정인 헬기 36대를 지리산 쪽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산청 산불 발생 후 가장 많은 헬기가 좁은 지역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곳에 헬기로 물폭탄을 퍼붓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산청군은 오전 7시와 8시쯤 두 차례 '시천면 및 삼장면에서 진행 중인 헬기 진화 작업과 관련하여, 물 투하지역 아래에 계실 경우 위험하오니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주한미군 헬기 4대도 오전 9시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일대 진화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산불 진화를 위해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지만, 지리산 국립공원 내 화재는 지형적 특성과 접근성 문제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국립공원 내 생태계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