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27일 오후 4시 기준 소방대원을 포함한 28명이 희생됐다.
역대 최악의 '괴물 산불'로 대피한 인원이 3만 명을 넘은 데다, 그중 6천여 명은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한 국가 재난 상황이다.
이에 봄꽃 개화 시기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계획한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부산 강서구청은 28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8회 강서 낙동강 30리 벚꽃축제'를 다음 달 4일부터 6일까지로 미뤘다.
이날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께 깊은 위로를 전하며, 강서구 또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 연대의 마음을 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울산 동구는 오는 29일 예정이던 '제8회 남목 벚꽃축제'를 한시 보류했다.
전남 보성군도 '제12회 보성벚꽃축제', '제21회 문덕면민의 날' 등을 비롯한 각종 행사를 전면 취소한다고 알렸다.
경남 산청군에서 약 1시간 남짓 떨어진 통영시는 '제20회 봉숫골 꽃 나들이 축제'를, 남해군은 '꽃 피는 남해 축제'와 '제7회 창선고사리 축제'를 잠정 연기했다.
산청군으로부터 1시간 40분가량 떨어진 양산시마저 오는 주말(29일, 30일) 예정된 '2025 물금벚꽃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국내 대표 벚꽃 축제로 알려진 경남 창원시의 '제63회 진해군항제'는 축소 개최 된다.
반면 축제 일정을 강행하려다 몰매를 맞은 지역도 있다.
지난 27일 합천군은 '제24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 대회 준비 이상 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대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제24회 합천벚꽃마라톤대회'는 풀/하프, 10km, 5km로 구분해 참가 신청을 받았으며, 참가자들은 1인당 최대 4만 원에서 1만 5,000원의 참가비를 지불했다.
해당 행사는 신청 접수를 조기 마감하며 참가자들의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이날 김윤철 합천군수는 "참가자 모두가 안심하고 대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8일째 불길이 잡히지 않는 경남 산청까지 차로 5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합천에서 축제 성격의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산불 피해 상황을 고려해 인근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 예정된 축제 일정에 도의적인 취소나 연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봄 맞이 각종 축제를 기획한 지자체들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