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어신들의 곁을 지켜온 반려견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동물구조단체 사단법인 '위액트(WEACT)'에 따르면 전날 경남 산청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던 중 불에 타버린 집과 밭 폐허 속에서 떨고 있는 늙은 개 한 마리가 발견됐다.
신속한 대피를 위해 반려견 스스로 불길로부터 도망칠 수 있도록 목줄이라도 풀어주는 것이 최선인 이유다.
하지만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 선뜻 놓고 갈 수 있는 반려인이 있을까.
반려인들은 재난 발생 때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를 포기하거나, 함께 갈 수 있는 대피소를 찾아 전전하다 재난의 2차 피해를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잡은 선진국의 상황은 어떨까. 2005년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으로 60만 마리의 동물이 다치거나 숨졌다. 이후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와 동물 전용 대피소가 설치됐다.
또 지난 201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자연재해나 인재 발생 시 반려견을 야외나 차량에 방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재난 시 반려동물과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반려인이 대피를 포기하는 경우를 막기 위함이었다.
또 반려동물을 방사하고 사람만 대피할 경우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쓰레기를 뒤지는 등 더 큰 사회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국에도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대피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민재난안전포털은 누리집에서 봉사용 동물을 제외한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데려올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수용해야 하는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여럿 모이게 되면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더불어 동물에 대한 알레르기를 갖고 있거나, 알레르기가 없더라도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반려동물 동반 전용 대피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과 일반 대피소도 부족하다는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한편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28.2%)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이들 중 81.6%는 반려동물을 가족 일원으로 생각한다.
1,500만 반려인 시대인 만큼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보호소를 만들거나 이들과 동반할 수 있는 조건을 확대하는 등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는 "긴급 재난 대피 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하다"며 "부디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지켜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