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동안 이런 광경은 처음 봅니다, 눈물만 나요"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엿새째 강풍을 타고 인근 7개 시·군을 휩쓸며 주민들의 근심과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KBS는 안동 전통시장 매니저로 15년째 일하고 있는 천순창(67)씨는 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천씨는 매체에 "직접 피해 현장을 목격했는데 이렇게 처참한 장면은 생전 처음"이라며 "어제는 시장에서 할머니들이 '제발 불 좀 꺼달라'며 내 손을 붙잡고 우시는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안동 시내 외곽에 위치한 아파트와 주택 주민 대부분이 긴급히 대피했다"며 "바람이 너무 심해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였다. 바람 방향조차 예측하기 어려워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의 바닷가 마을 사진이 올라왔다. 평화롭던 마을은 집과 울타리가 모두 새까맣게 타버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영덕군에 할머니가 살고 있다는 A씨는 "피해 소식이 자꾸 들려 불안했는데 결국 할머니 집도 피해를 봤다"며 "할머니는 다행히 배를 타고 강구 쪽으로 무사히 피하셨지만, 아랫집에 살던 90대 할머니는 피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으셨다고 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이어 A씨는 "도로 쪽으로 피할 수 없어서 모두 아래쪽으로 몰렸다고 들었다"며 "작은 부주의 하나가 어쩌다 이런 비극을 불렀는지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경남 산청과 하동, 울산 울주까지 빠르게 번지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26명이 숨지고 30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27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한경 차장 주재로 산불 대응 6차 긴급 회의를 열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자 26명, 중상자 8명, 경상자 22명이다. 주택 117채를 포함해 피해를 입은 시설물만 325곳에 이른다.
특히 약 2만 4000명이 넘는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했고, 이 중 귀가하지 못한 주민은 여전히 9300여 명에 달한다.
지역별 미귀가 인원은 경남 산청과 하동이 1797명, 경북 의성과 안동이 2만 2026명, 울산 울주 온양이 383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