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국민의힘의 ‘망언집’이 의도와 달리 역풍을 맞고 있다.
야당 대표를 비판하기 위해 제작한 자료집에 상식적이거나 공감 가는 발언이 다수 포함되면서, 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명언집'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야당 지지자들은 "권성동이 '중앙대 후배' 이재명을 띄워주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 21일 국민의힘은 권성동 원내대표실 주도로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발언 138건을 모은 '이재명 망언집–이재명의 138가지 그림자'를 공개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선제타격' 성격의 정치 공세였다.
책자는 PDF 파일 형태로 국민의힘 누리집에 게시돼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도록 돼 있었는데, 권 원내대표는 이를 직접 책으로 만들어 배포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망언집에는 이 대표의 발언들이 9개 항목으로 분류돼 실렸지만, 정치적 논란과 거리가 먼 내용도 상당수 포함됐다. 일례로 "아무리 비싸고 더러운 평화도 이긴 전쟁보다 낫다", "외국인 혐오 조장으로 득표하는 극우 포퓰리즘은 유해하다", "정치보복은 누군가 끊어야 하며, 기회가 되면 내 단계에서 끊겠다"는 식의 발언들까지 '망언'으로 분류됐다.
이 대표가 주장해 온 주 4일제나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된 발언도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국민을 속이고 기만해 온 실체를 밝힌다"는 의도로 엮었지만, 야당 지지층은 "오히려 이 대표의 철학과 소신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반응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름을 가리고 보면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가 많아 중도층·정치 저관여층이 보면 '명언'으로 받아들일 말이 많다는 등의 반발도 나온다.
민주당 역시 반색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홍보집을 만들어줘 감사하다"며 "망언이라고 묶은 발언들이 오히려 이 대표의 고민과 철학을 읽고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에는 제대로 일하고 싶은 이 대표의 열정과 대한민국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권 원내대표의 머리말인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점검하는 과정"이란 문장도 홍보 문구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누리꾼은 권 원내대표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냈고, '이재명 명언집'이라는 제목으로 책자 표지를 바꿔 공유하거나, 해당 내용을 모은 전용 누리집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X(엑스·구 트위터) 등 SNS에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이재명 홍보를 해주고 있다", "실물 책자 소장하고 싶다", "권성동이 어둠의 민주당원 아니냐"는 반응도 올라왔다.
반면 여당 지지층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 띄워주기냐", "이걸 왜 만들었느냐", "당장 삭제하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여당 지지자는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 덕질을 마음속으로만 하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지지자는 "중앙대 후배에다 고시 공부 같이 했다더니, 아끼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거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