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제시간에 배달하려다 '신호 위반'해 사망한 라이더... 법원 판단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배달기사로 일하다 사망한 A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배달기사의 업무상 재해 여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A씨는 2023년 9월 오토바이로 음식을 배달하던 중 교차로에서 신호를 어기고 직진하다 맞은편 차량과 충돌했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틀 후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이를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신청했으나, 공단은 "A씨의 일방적 중과실"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조항을 근거로 A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조항은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신호위반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달기사 업무 특성상 A씨는 배달 지연으로 인한 고객 불만을 피하기 위해 신속하게 음식을 배달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사고 당일 A씨가 32건의 배달 업무를 수행했고, 사업주가 "픽업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히 이동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확인한 점, 동료 기사들이 "평소 배달업무가 급박하게 이뤄진다"는 진정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사고 당일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피로 상태였으며,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교통신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신호위반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판결은 배달기사들이 겪는 현실적인 작업 환경과 그에 따른 위험성을 법원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