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07일(월)

'부산 돌려차기 사건' 1억원 배상 판결 나왔는데... 피해자 돈 못받고 있다

지난해 5월22일 부산 서면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발생한 이른바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 일부 / 피해자 측 제공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으나, 피해자는 현실적으로 배상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지난해 10월 피해자 김모씨가 가해자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소송 과정에서 이씨가 단 한 차례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의견서 제출도 하지 않아 원고 주장을 인정하는 '자백 간주'로 판단, 김씨가 청구한 1억원을 모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씨의 재산을 압류하거나 실제 집행하는 절차는 용이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 이씨 / 제보자 A씨 제공


일반적으로 가해자가 교정시설에서 복역 중일 때 영치금을 압류할 수 있지만, 매번 교도소 담당자에게 연락해 수용번호를 확인한 후에야 영치금 잔액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통장 사본과 신분증 사본 등 필요한 서류들을 팩스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요구된다.


김씨는 승소 이후 관할 법원에 영치금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서를 접수해 압류 결정을 받았으나, 교정시설 내 영치금 관리 담당자로부터 이러한 절차적 어려움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법무부는 온라인 민원 서비스를 통해 영치금 잔액 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수용자가 허락한 민원인에게만 접근 권한이 주어진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이씨와 같이 수용자가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경우에는 영치금 확인이 차단될 수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김씨와 같이 손해배상금 액수가 큰 경우, 영치금 담당자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한 후 필요 서류를 팩스로 제출하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씨는 "어차피 전액을 받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영치금이 압류돼 범죄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을 알고 싶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복적 사법을 중요시하는 사회라는데 재판이 끝나면 정작 피해자에게 모든 부담이 안겨진다"고 덧붙였다.


폭행이 이뤄진 오피스텔 1층 엘리베이터 앞 / 제보자 A씨 제공


김씨는 "앞으로 20년 동안 영치금을 묻기 위해 몇 통의 전화를 해야 하는지 두렵다"며 "영치금은 압류명령이 내려졌을 때 피해자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인 만큼 관련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2020년 5월 30일 이씨가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2023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처음에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김씨의 청바지에서 이씨의 DNA가 발견되는 등 추가 증거가 나타나 2심에서 강간살인 미수로 혐의가 변경됐다.


김씨는 이씨의 범행으로 인해 전치 8주의 외상과 기억상실장애 등 상해를 입었지만, 오히려 자신의 2차 피해 상황과 이씨에 대한 혐의 변경 필요성 등을 직접 알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