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업무 과중을 견디지 못하고 이달 초 결국 휴직했다. 지난해 2월부터 전공의 이탈로 인해 극심한 업무 부담을 겪어온 끝에 내린 결정이다.
18일 정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결국 못 견디고 이달 초 휴직을 했다. 4월까지 그동안 미뤄왔던 논문 연구와 행정 업무를 처리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한 번 쉬어보니 전공의들이 왜 돌아오지 않는지 알 것 같다"며 상급종합병원의 비합리적인 근무 환경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곳에서는 주당 100시간 근무가 당연하다는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돌아가 예전처럼 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정 교수는 휴직 직전인 지난달 14일에도 업무 과중과 극심한 피로로 인해 지병이 악화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당직 일정에 따르면, 그는 한 달 31일 중 13일을 당직으로 채웠다. 오전과 오후 외래 진료를 마친 후 입원 환자를 돌보고, 밤에는 당직을 서는 강도 높은 근무가 반복되었다. 전공의 이탈 이후 그는 매월 평균 60~70시간에 달하는 당직을 소화해야 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전공의 공백을 교수와 전임의가 떠맡고 있는 상황이다. 외래 및 회진만으로도 근무 시간이 가득 차는 가운데, 전공의가 맡아오던 업무까지 떠안으며 의료진의 부담은 극에 달했다.
의정 갈등 이후 1년 넘게 유지된 비상진료체계 속에서 병원 운영이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남아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심각한 건강 악화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의사업무까지 떠맡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의료연대본부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상진료체계에서 간호사 10명 중 6명 이상이 의사만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대신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병원을 떠나는 의료진이 늘어나자,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당직 전담의를 채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은 혈액종양내과 당직의를 초빙하며 12시간 당직 근무 시 세전 220만 원의 급여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정희원 교수는 노년 건강 전문가로서 '생로병사의 비밀', '세바시' 등 여러 방송을 통해 노화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또한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등의 저서를 출간하며 활발한 연구와 대중 강연 활동을 이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