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동산 붐(BOOM)이 일던 때 인천 송도 국제신도시의 한 신축 아파트를 매입한 하모씨 부부.
영혼까지 끌어모아 마련한 내 집. 그때만 해도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며 부부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현실은 완전히 달라졌다.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고, 부동산 앱을 켜는 것도 두려운 일이 됐다.
청라, 영종도와 함께 인천 3대 국제도시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던 송도가 부동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가격 하락이 마무리됐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아직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송도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동 '더샵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최근 5억 70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2년 초 12억 4500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6억원 넘게 하락하며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인근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 역시 최근 6억 2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말 실거래가(10억 5000만원)와 비교하면 4억원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송도 중심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3-1BL’ 전용 84㎡는 지난달 9억 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10억 5000만원까지 회복되며 반등 기대감을 키웠지만, 다시 1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송도센트럴파크푸르지오’ 전용 84㎡도 마찬가지다. 2021년 12월 13억원에 거래됐던 이 면적대는 2023년 2월 8억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난해 12월 11억 8500만원까지 반등했으나, 올해 초 8억 7500만원까지 조정을 받았다. 최근 다시 11억원대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아파트값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정부의 대출 규제 효과와 더불어 탄핵 정국에 따른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이 꼽힌다. 여기에 인천 지역 내 아파트 공급량이 증가하면서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점도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인천 연수구에서 입주한 아파트는 5231가구로 인천 전체 자치구 중 가장 많았으며, 올해도 3774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송도 부동산 시장이 머지않아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인천 송도국제도시 구간이 오는 7월 착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GTX B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총 80.1km를 잇는 대형 교통 인프라로, 착공이 본격화되면 교통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또한 교육 환경과 학군 측면에서 송도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명문 국제학교로 꼽히는 채드윅국제학교가 위치한 1공구에는 자율형사립고인 인천포스코고, 특목고·자사고 진학률이 높은 신정중 등이 자리 잡고 있다. 1공구와 2공구에는 대형 학원가가 형성돼 있어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의 수요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입지 조건 덕분에 송도 일대 아파트값은 2021~2022년 부동산 활황기에는 전용 84㎡ 기준 10억원을 훌쩍 넘기는 단지가 많았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와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현재는 수억원씩 하락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모씨 부부는 현실이 녹록지 않지만,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부동산 시장은 항상 오르내리는 법"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송도의 가치가 다시 인정받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부부는 당장의 시세보다는 송도의 미래 잠재력을 바라보며 묵묵히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