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국제연구기관이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후퇴했다는 분석을 발표했다. 이 기관은 한국에서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평가도 함께 제시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가 최근 공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는 한국을 기존의 '자유민주주의'에서 한 단계 낮은 '선거 민주주의'로 재분류했다.
이 연구소는 전 세계 179개국 정치 체제를 '폐쇄된 독재정권', '선거 독재 정치', '선거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라는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선거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선거, 적절한 수준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체제를 의미한다.
'자유민주주의'로 분류되려면 이러한 조건에 더해 행정부에 대한 사법적·입법적 견제, 시민적 자유 보호, 법 앞의 평등 보장이 충족되어야 한다.
주목할 점은 해당 연구소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로 언급했었다.
올해는 한국의 민주주의 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여전히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평가했다.
한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종합 순위 41위를 기록했으며, 세부 지표 중 '심의적 지수'에서 48위로 가장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이 지수는 공적 논의의 포용성, 정부의 야당과 다양성 존중도, 반대 의견에 대한 태도, 사실에 기반한 논쟁의 정도를 측정하는 항목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권위주의 진영 국가·지역의 수는 91개로, 민주주의 국가(88개)를 22년 만에 처음으로 초과했다.
V-Dem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3(72%)이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살고 있으며, 이 비율은 197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러시아, 벨라루스, 헝가리, 세르비아 등 동유럽 국가들의 민주주의 쇠퇴가 두드러졌다.
특히 벨라루스는 유럽 국가 중 최초로 '폐쇄 권위주의'로 분류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도네시아와 몽골이 권위주의 진영 국가로 전환되었다.
자유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는 덴마크이며, 에스토니아, 스위스, 스웨덴이 2~4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24위, 일본은 27위에 각각 위치했다.
이번 보고서의 결과는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제도에 대한 심각한 성찰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민주주의 등급 하락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