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다크모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SNS에서도 "배터리를 절약하려면 다크모드를 활성화하라"는 '꿀팁 영상'이 자주 등장한다.
기본적으로 화면에서 검은색 영역이 많을수록 소비 전력이 줄어든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 있다. O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어두운 픽셀은 거의 전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다크모드를 사용하면 배터리가 더 오래간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크모드가 오히려 배터리 소모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달 19일, 영국 공영방송 BBC의 기술 연구 부서 'Research & Development'는 다크모드와 배터리 사용량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BBC Sounds 웹사이트를 다크모드와 라이트모드로 각각 사용하게 한 뒤, 실제 전력 소비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다크모드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발견됐다. 이유는 예상 밖으로 간단했다. 사용자들이 다크모드를 사용하면서 화면 밝기를 더 높이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다크모드는 화면을 어둡게 만들기 때문에, 사용자는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화면 밝기를 더 올리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크모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약 80%가 화면 밝기를 평소보다 더 높였으며, 이로 인해 배터리 소모가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을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라고 부르는데, 다크모드로 인해 화면이 너무 어둡게 느껴지면 사용자가 직접 밝기를 높여 결과적으로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절약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BBC 연구팀은 "다크모드 여부와 관계없이, 단순히 화면 밝기를 낮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화면 밝기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최대 50%까지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2021년 미국 퍼듀대학이 수행한 연구와도 일치한다. 퍼듀대 연구에 따르면, 다크모드의 배터리 절감 효과는 화면 밝기가 100%일 때 최대 47%까지 절약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밝기 수준(3050%)에서는 겨우 39% 절약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다크모드는 적어도 눈 건강에는 좋을까? 이에 대한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 2020년, 미국 UX/UI 연구기관 '닐슨 노먼 그룹'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다크모드는 오히려 가독성을 낮추고 눈 피로를 증가시킬 수 있다.
사람의 동공은 어두운 환경에서는 커지고, 밝은 환경에서는 작아지는데, 동공이 커질수록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지면서 눈의 피로도가 증가한다. 즉 다크모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라이트모드가 더 눈부시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라이트모드가 더 선명하게 보이고 눈에 덜 부담을 줄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시력 상태나 환경에 따라 다크모드가 더 편할 수도 있지만, 다크모드가 무조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다크모드는 배터리 절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사용자 습관에 따라 전력 소비를 늘릴 수도 있다. 또한, 눈 건강 면에서도 반드시 더 좋은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결국 배터리를 절약하고 눈 건강을 유지하려면 '화면 밝기를 낮추고 장시간 화면을 보는 습관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