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에 가담해 영구제명 당한 전직 프로축구 선수가 1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자금 세탁 조직 총책을 맡고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및 도박 장소 개설 혐의로 전 프로축구 선수 A씨와 사이트 개발자 B씨 등 총 8명을 구속하고 11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에서 허위 코인 매매 사이트를 구축한 뒤 불법 도박사이트 112곳의 회원 6만 6802명으로부터 약 1조 1000억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입금받아 세탁해 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대포통장 업자로부터 구매한 대포통장 200여 개와 대포폰을 이용해 수천 개의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도박 자금을 주고받았다.
불법 도박사이트 측이 회원에게 안내하는 도박 자금 입금 사이트를 허위 코인 매매 사이트로 연결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이를 통해 불법 도박자나 대포통장 명의자가 수사기관에 출석을 요구받으면 정상적인 코인 거래를 한 것처럼 거래 내용을 출력해 주며 수사망을 피해 왔다.
A씨는 과거 K리그 승부조작 사건 브로커 혐의로 처벌받고 영구 제명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범행 기획, 관리 등 총책 역할을 했다.
경찰은 A씨와 그 일당이 도박 자금 세탁액의 0.1%인 약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겨 생활비나 유흥비, 또 다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근거지를 압수수색 해 서버를 확보하고 자금 세탁 내역과 관련된 불법 도박자들을 추적 중이다.
남은 범죄수익 7억 3000만원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조세 탈루를 통보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이들에게 자금 세탁을 연계한 불법 도박사이트 112곳의 차단을 요청했다.
불법 도박을 하기 위해 이들에게 자금을 보낸 청소년도 80명에 이른다. 경찰은 이들을 선도심사위원회에 넘겼다. 청소년들은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홍보 영상을 보고 불법 도박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추가 공범을 검거해 범죄수익금을 추적하고, 고액 도박 행위자를 수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