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광주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의사 이모(53) 원장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원장은 2009년부터 광주 흑석동에서 치과 치료를 해왔다. 그는 평소 어린 환자들을 잘 달래며 친절하게 진료하기로 유명했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지역 사회에 헌신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호남대학교 치위생학과에서 겸임·초빙교수로 활동하며 실습 기자재 기부와 학생 교육 지원에 힘썼고, 지역 노인복지관에서 무료 진료를 제공하며 따뜻한 온정을 베풀었다.
이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SNS와 병원 리뷰 등을 통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동료 의사들도 나서 고인이 미처 다 마치지 못한 환자 치료를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달 29일 누리꾼 A씨는 스레드에 치과 엘리베이터에 붙은 부고문을 올리며 "저에게도 듣고 싶지 않던 소식이 왔다"고 적었다.
부고문에는 "원장님께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한 부고로 진료를 중단한다"라고 적혀있다.
A씨는 "저희 첫째, 둘째 그동안 친절하게 진료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첫째 앞니가 살짝 색깔이 달라서 걱정했는데 '커서 여자친구 만날 때 예쁘게 해주면 돼요'라면서 3개월 뒤에 보자고 웃으셨다"고 했다.
그는 "과잉 진료 안 하시고 애들 예뻐해 주셔서 환자가 붐비던 곳"이라며 "그동안 감사했다. 저희 아이들도 소식을 너무 슬퍼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부고 소식에 동료 치과의사들 나서..."대신 치료하겠다"
광주광역시치과의사협회는 이 원장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광주 시내에 걸었다. 또한 동료 치과 의사들은 이 원장이 치료 중이던 환자들을 돕기 위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인근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원장은 "비보를 전해듣고 일천한 실력이지만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돕겠습니다. 주저하지 마시고 내원해주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또 다른 치과의사는 "이 원장님과 친분은 없지만 환자를 위해 헌신하던 분 중 한 명이라고 들었다"며 "환자들도 크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지원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 차트를 전달받아보니 교정·신경치료 환자가 수백명 될 것 같다. 웬만하면 추가비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