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을 흔들었던 '탁구게이트'의 여파는 더 이상 없었다. 팬들은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이강인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이강인 역시 이전처럼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고, '이강인 보이콧'을 외치던 일부 팬들의 마음도 누그러졌다.
지난 21일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는 지난달 7일 카타르에서 열린 20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요르단에 0-2 완패를 당해 탈락한 뒤 후폭풍을 겪었던 대표팀의 첫 A매치였다.
당시 한국은 졸전 끝에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준결승 전날 대표팀의 차기 에이스인 이강인이 몇몇 동료들과 탁구를 치다가 이를 말리던 주장 손흥민과 충돌한 사건이 알려진 뒤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감독 능력 부족으로 비난을 받았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관리 소홀 문제까지 더해져 경질됐고, 이강인을 향한 팬들의 비난도 나날이 커졌다.
대표팀 임시감독을 맡은 황선홍 감독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손흥민과 이강인을 모두 대표팀 멤버로 발탁했다.
대표팀에 소집된 이강인은 지난 20일 공식 훈련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많은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다. 실망시켜 너무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강인이 뛰면 경기를 보이콧하겠다'는 일부 팬들의 움직임도 있었으나 경기 당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 관중으로 가득 찼다.
후반 17분 정우영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강인은 날카로운 왼발 크로스로 경기 흐름을 바꿨다. 특유의 탈압박과 돌파로 공격을 주도하면서 남다른 클래스를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으려는 듯 투지 넘치게 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일각에서 우려하던 손흥민과 호흡 문제도 없었다. 두 선수는 절묘한 패스를 주고받으며 골 찬스를 만들기도 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었고, 경기가 끝난 후에는 포옹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경기가 끝난 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강인을 응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이강인이 벤치를 지켰던 전반전에 경기 흐름이 답답하게 흘러가자 축구 팬들은 '이강인이 나와야 한다'며 그를 찾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이강인 나온다면 한국 대표팀 축구 안 보신다던 우리 아버지. 강인이 드리블 보더니 다시 강인맘으로 복귀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분명 피파랭킹 101위인 태국과의 경기 결과는 아쉬웠다. 그러나 선수들이 다시 100% 하나 된 모습을 볼 수 있어 다음 경기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