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3일(일)

"내 동생 죽인 최윤종 가족 잘 산다"...신림동 등산로 살인 사건으로 여동생 잃은 오빠 '울분'

최윤종 / 뉴스1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윤종(30)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 피해자의 순직 심사를 앞두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저는 신림로 등산로사건 피해자의 친오빠입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동생 순직 절차 때문에 오늘 서울에 올라왔다.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글을 써볼까 한다"라고 운을 뗐다.


현장 인근 CCTV에 포착된 최윤종 / MBN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 8월 16일 부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A씨는 "저녁 6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피해자 담당 경찰관이라면서 동생이 관악산 둘레길에서 강간을 당하고 뇌사 상태라고 하더라"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믿기지 않아 명함을 문자로 보내봐라 했더니 진짜였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오전에 뉴스도 봤는데 그때는 그냥 피해자 신상이 '30대 여성'이어서 '아이고... 얼마 전에 신림동 칼부림이 있었는데'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제 동생 일이었다"라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고려대 구로병원으로 운전해서 갔다. 도착하니 새벽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담당 선생님께서 임종 면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이미 병원에 왔을 때부터 심정지가 40분가량 진행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2주 전, 방학을 맞아 부산에 내려와 가족끼리 영화도 보고 밥도 먹었던 동생은 상처투성이로 기계에 의존해 호흡만 간신히 하고 있었고, 결국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온라인 커뮤니


A씨는 "어머니는 산송장이셨고 2022도에 폐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까지 저렇게 되니 저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거제도 선산 아버지 옆자리에 동생을 묻어주고 돌아온 후 가해자 최윤종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A씨는 "20살 때 군대에서 총기 들고 탈영하고 강제 전역 후 10년간 아르바이트 한 번 안 해보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루 종일 하는 그런 놈에게 20살 때 서울교대 합격 후 15년을 첫 자취방 보증금 말고는 집에 손 한번 벌리지 않은 착한 딸이었던 동생이 당했다니 정말 하늘이 원망스러웠다"라면서 "동생은 장례식 때도 수많은 제자들과 학부모님들이 와주실 정도로 사회생활도 곧잘 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공소장을 보니 동생이 그놈에게 '선생님 왜 이러세요 진정하세요 없던 일로 할 테니 돌아가요'라고 달래고 회유까지 했더라. 그런데도 그 나쁜 놈은 동생의 다리뼈를 부러뜨리고 가파른 길로 밀어 목을 졸라 죽였다. 심지어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목을 조른 것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검사님은 사형을 구형해 주셨지만 역시나 판결은 무기징역이더라. 그런데도 그놈은 억울하다고 현재 항소한 상태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억울함을 토해냈다.


뉴스1


A씨는 사건이 있었던 지난해 8월 이후 현재까지 모든 일을 멈춘 상태이며 어머니는 아예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데도 가해자의 가족은 사과 한 마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가해자 가족은 이사 가서 회사 잘 다니며 일상생활 잘 하고 있다고 하더라. 피해자 가족은 죽지 못해 사는데... 정말 이게 맞는 거냐"라면서 "'여자 혼자 그 시간에 뭐 하러 운동하러 갔냐', '이래서 성매매 합법화하는 게 낫다' 등 미친 댓글들을 보고 제정신으로 살기가 정말 힘들었다. 제 동생은 학교에서 체육부장 보직이었고 방학 때 공문으로도 남겨져 있는 교내탁구연수를 위해 출근 중 그렇게 되었다. 울다 웃다 참 미친 사람처럼 살았다"라고 덧붙였다.


내일(21일) 피해자의 순직 심사를 앞두고 있다는 그는 "어떻게 보면 이제 동생 신변 정리의 마지막 절차인 셈인데 방학 중 연수 출근하다 사고를 당한 제 동생이나, 서이초 선생님이나 두 사람 모두 합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동생이 하늘에서는 아버지와 편히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글을 마쳤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앞서 최윤종은 지난해 8월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생태공원과 연결된 목골산 등산로에서 피해자 B씨를 성폭행하려 철제 너클을 낀 주먹으로 무차별 폭행하고 최소 3분 이상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현장에 약 20분간 방치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이틀 뒤 숨졌다.


검찰은 최윤종에게 사형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다"며 "피고인의 연령과 성향, 가족관계 등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유족에게 사과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최윤종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