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가 안락사를 통해 한날한시에 눈을 감았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s)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9일) 전 네덜란드 총리 드리스 판 아흐트(Dries Van Agt, 93)와 아내 유지니(Eugenie, 93) 여사가 안락사로 사망했다.
두 사람은 각자 지병을 앓고 있었다.
판 아흐트 전 총리가 설립한 '권리포럼' 연구소는 지난 5일 "판 아흐트 전 총리가 70년 동안 함께하며 항상 '나의 여인'이라 불렀던 부인 유지니 여사와 손을 맞잡고 세상을 떠났고 장례식은 비공개로 치렀다"라고 전했다.
헤라르 존크만(Gerard Jonkman) 권리포럼 연구소 소장은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에 "판 아흐트 부부가 모두 매우 아팠고, 서로 없이는 살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판 아흐트 전 총리의 93번째 생일 사흘 뒤였다.
변호사 출신인 판 아흐트 전 총리는 기독민주당의 초대 지도자로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네덜란드 총리를 지냈다.
그는 2019년 팔레스타인 추모 행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으며, 유지니 여사 역시 급격히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언론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판 아흐트 총리가 교리에 어긋남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동반 안락사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한편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 한 국가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환자가 자발적으로 안락사를 요청한 경우', '환자의 고통이 절망적이고 견딜 수 없는 경우', '합리적인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경우' 등 6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합법적으로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다.
안락사는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과 의사가 제공한 약을 환자가 직접 투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부의 동반 안락사의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안락사 전문 센터 대변인 엘케 스와트(Elke Swart)는 "부부 동반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은 드문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에는 26명, 2021년에는 32명, 2022년 58명이 동반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