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인종차별주의자로 오해를 받은 후 수천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됐다.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는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을 한 고등학교 스포츠 아나운서로 잘못 지목돼 욕을 먹던 스콧 스파풀파(Scott Sapulpa)라는 남성이 손해배상금을 지급받게 된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콧은 전 풋볼 코치로 2021년 3월 오클라호마주 미드웨스트 시티 고등학교와 노먼 고등학교의 여자 고등학교 농구팀 플레이오프 경기를 해설하던 두 명의 아나운서 중 한 명이었다.
이날 경기 전 노먼 팀 선수들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한쪽 무릎 꿇기'는 인종차별 반대를 운동의 상징이다.
스콧과 함께 해설을 하던 매트 로완(Matt Rowan)은 이를 보고 "무릎을 꿇는다고? XX놈들. 노먼이 아주 혼쭐이 났으면 좋겠다. X 먹어라. 쟤네가 졌으면 좋겠다. 저렇게 무릎을 꿇는다고?"라며 소녀들에게 인종차별적 비난을 퍼부었다.
약 30초 후 두 아나운서 중 한 명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다시 한번 욕설이 섞인 모욕적인 표현으로 학생 선수들을 지칭했다.
경기 후 매트의 발언은 많은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주의 가장 큰 일간지인 '오클라호마(The Oklahoman)'는 해당 사건을 최초 보도하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람이 스콧이라고 잘못 보도했다.
이후 스콧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오클라호마 신문사는 경기 당일 오후 12시 37분 스콧이 인종차별 발언을 한 사람으로 잘못 보도한 뒤 약 2시간 30분 후 스콧의 이름을 삭제했다.
얼마 후 매트가 자신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인정하면서 오후 5시 35분 기사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사건 발생 하루 후인 오전 11시께 고등학교 농구 경기에서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기사를 삭제했다.
하지만 스콧은 오보로 인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일 배심원단은 스콧의 의견에 동의하며 오클라호마의 모기업인 가넷(Gannett)에게 실제 손해배상금 500만 달러(한화 약 66억 2,400만 원)와 징벌적 손해배상금 2,000만 달러(한화 약 264억 9,600만 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스콧의 변호인 마이클 바켓(Michael Barkett)은 "스콧에게 정말 기쁜 소식이다"라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스콧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사건이 다른 미 언론사의 선례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이 사건에서 본 언론사들의 전체 문화는 사람보다 이익이 우선이다. 그들의 힘은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막는다. 그들은 그것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넷의 변호인인 밥 넬론(Bob Nelon)은 "회사가 실수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스콧의 이름을 삭제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콧에게 거액을 지급하면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소규모 지역신문에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넬론은 "언론사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고 사람은 실수를 한다. 실수는 일어난다"라면서 "가넷은 11,000명이 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가넷을 처벌하는 것은 모든 작은 마을의 신문 편집자들을 처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콧의 변호사는 "잘못된 신원 확인으로 인해 스콧이 행정 휴직 처분을 받았고, 교수 계약이 갱신되지 않았으며, 개인 사업은 거의 모든 고객을 잃었다"라면서 "살해 위협도 받고 개인적 및 직업적 관계마저 잃고 말았다"라고 주장했다.
가넷은 판결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넷의 대변인인 라크 마리 안톤(Lark-Marie Anton)은 "오클라호마가 보도된 내용이 가짜라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이 사건의 원고를 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다는 증거는 배심원단에게 제시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