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규제를 반대하던 래퍼가 장모의 죽음 이후 눈물을 흘리며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5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더선(The Sun)의 보도에 따르면 맹견을 키우던 래퍼 애슐리 워런(Ashley Warren, 39)은 최근 반려견들이 그의 장모 에스더 마틴(Esther Martin, 68)을 물어 숨지게 하자 반려견 품종인 아메리칸 XL 불리를 전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이리스 맨(Wylss Man)이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워런은 지난 3일 영국 에식스주 제이윅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장모 에스더가 반려견 두 마리에게 공격받아 사망한 후 체포됐다. 그는 3월까지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났다.
워런이 키우는 반려견은 모두 맹견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XL 불리'였다.
당시 워런의 장모 에스더는 사위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런던으로 떠난 동안 11살 손자를 돌보기 위해 워런의 집에 방문 중이었다.
그녀는 2년 전 워런의 아내이자 자신의 딸인 클레어(Claire)가 28세의 나이로 숨진 뒤 종종 손자를 돌봐줬다고 한다.
이때 에스더는 6마리의 강아지들이 싸우기 시작하자 빗자루를 이용해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이를 본 성견 두 마리가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웃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저리 가, 저리 가'라는 에스더의 외침이 들렸고, 그녀의 손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거리로 뛰어나왔다고 한다.
이웃들이 도움을 주러 달려왔지만 소용없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오후 4시께 현장에 도착했지만 에스더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웃 주민 줄리 콜먼(Julie Coleman, 62)은 "한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곧 벽돌을 집어 들어 창문을 깼다. 안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에스더의 머리는 피로 뒤덮여 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주,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아메리칸 XL 불리'가 금지종으로 지정됐다. 해당 품종과 관련된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증명서가 있어야만 아메리칸 XL 불리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워런은 이에 반대하며 허가를 받지 않고 반려견들을 키워 왔다.
반려견들에게 공격당한 장모가 사망하자 워런은 "이제 나는 아메리칸 XL 불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라면서 오열했다.
이어 "솔직히 나는 금지령이 부드러움과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본 적이 없는 품종을 없애려는 어리석은 정부의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품종을 모두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하며 "에스더는 내 아들에게 모든 것을 의미했고, 나에게도 모든 것을 의미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에스더의 딸 소니아 마틴(Sonia Martin, 47)은 오후 10가 되어서야 가족들이 에스더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소니아는 "엄마가 이전에 워런에게 개가 위험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워런의 반려견은 모두 아메리칸 XL 불리였다. 집에는 강아지 6마리와 성견 2마리로 총 8마리가 있었고 모두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으며, 반려견 등록도 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는 개들의 품종과 기질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어린 손자가 그 집에 있었기 때문이다. 워런은 엄마에게 강아지들이 싸우고 있다면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빗자루를 강아지들 사이에 끼워 넣으라고 조언했다"라면서 "저희 엄마를 도와주신 모든 이웃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에스더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